[돋을새김-배병우] 우려되는 ‘사드 낙관론’ 기사의 사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가 모든 것을 삼키고 있다. 외교안보는 물론 정치, 경제 등 내정도 ‘사드 블랙홀’로 빠져들고 있다. 이 와중에 한·미는 차기 대선에서 누가 집권하더라도 뒤집을 수 없게 사드 배치에 대못을 박았다. 지난 6일 주한미군은 사드의 일부 부품을 들여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이 내려지기 불과 나흘 전이었다. 외교안보 사안을 국내 정치화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논란 많은 사드의 효능에 대해서는 제쳐두자. 그렇더라도 우리 외교안보라인이 이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방식의 조악함과 배치 파장에 대한 낙관론은 참으로 위험해 보인다. 우선,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외교안보팀은 미국과 합의한 만큼 무조건 배치를 서두르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사드 도입이 실무 부처의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데다 탄핵을 당해 통수권을 잃은 박 전 대통령이 감정적으로 결정한 사안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2016년 1월 6일 북한은 4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1주일 뒤인 13일 박 전 대통령은 사드의 한국 배치를 검토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핵실험 직후부터 청와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분노와 배신감이 전격적인 사드 배치 결정에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그때까지 미국 측의 공식적인 배치 요청이나 협의가 없는 상태였고, 국방부도 사드에 대한 ‘3불’(배치 요청도 없었고, 협의한 적도 없으며, 결정된 바 없다)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이처럼 사드 배치는 미국도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국의 ‘자발적인 요청’으로 급반전했다. 미국은 속으로 환호작약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사드 도입은 박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외교안보정책 실패로 결정 과정에 대한 조사가 요구되는 사안이다. 결정 주체인 대통령이 탄핵당한 상황에서 관료들이 더욱 속도를 더해 밀어붙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아울러 사드 배치 대못론에는 기정사실화하면 중국도 어쩔 수 없이 보복을 접을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상당수 중국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국민적 합의나 토의 없이 미국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사드가 조기 배치되는 것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무엇보다 오는 가을 제 19차 공산당 전당대회를 통해 집권 2기를 시작하는 시 주석의 입장에서 이처럼 ‘성의 없는’ 한국의 사드 문제 접근을 결단코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일본도 견뎌냈다며 중국의 사드 보복 파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도 문제다. 이는 일본과 한국의 경제 규모와 구조 차이를 도외시한 것이다. 일본은 세계 3위의 경제 규모에다 일찍부터 동남아로 위험을 분산해 왔다. 거기다 일본의 대중 무역의존도는 20%지만 내수 비중이 높아 대중 무역액은 국내총생산(GDP)의 4% 미만이었다. 우리나라는 GDP 중 무역 비중이 85%에 이르고 이 중 25%가 중국이다. GDP의 22%가 중국과의 교역에서 발생한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지만 중국이 삼성이나 현대차 등 우리 대표기업을 겨냥해 전방위 보복을 하고 오는 10월 돌아오는 우리와의 560억 달러(약 64조원) 규모 통화 스와프의 만기 연장을 하지 않아 한국 경제의 신뢰도를 흔들 수도 있다.

미국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하고 고만고만한 한국만 후려치는 중국의 치졸한 행태에 대해서는 분노할 만하다. 하지만 한·미동맹 일변도의 외교안보팀이 이를 이유로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한 차기 정부의 전략적 옵션까지 소진하는 것은 국익을 해칠 뿐이다.

배병우 편집국 부국장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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