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노태우→노무현→박근혜 前 대통령 기사의 사진
헌정 사상 전직 대통령이 검찰청사 포토라인에 선 사례는 두 차례 있었다. 첫 불명예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재임 중 비자금 5000억원을 조성한 혐의로 그는 지난 1995년 11월 1일 오전 9시45분 검찰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말씀만 해 달라”는 취재진의 거듭된 요청에 “국민들에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뒤 청사로 들어갔다. 중수부 VIP 특별조사실에서 시작된 조사는 다음 날 새벽 2시20분에야 끝났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12월 2일. 이번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출석통보를 받았다. 5·18특별법에 따라 설치된 ‘12·12 및 5·18특별수사본부’가 내란 혐의로 그를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서울 연희동 자택 앞에서 “종결된 사안의 수사는 진상 규명을 위한 게 아니라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으로,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생각”이라는 ‘골목 성명’을 발표한 뒤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갔다. 검찰은 즉각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튿날 새벽 그를 연행해 안양교도소에 수감했다. 포토라인은 피했으나 체면만 구긴 셈이었다.

검찰청사에 선 두 번째 전직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30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버스로 5시간여를 달려 대검찰청에 출두했다. 뇌물수수 혐의를 받았던 노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 멈춰선 뒤 “면목 없습니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조사실로 향했다. 당시 수사라인은 이인규 중수부장-홍만표 수사기획관-우병우 중수1과장이었다. 변호인으로 검찰 수사를 옆에서 지켜봤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11년 출간한 ‘운명’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이인규 중수부장이 대통령을 맞이하고 차를 한잔 내놓았다. 그는 대단히 건방졌다. 말투는 공손했지만 태도엔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 훗날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공손한 말투로 어떻게 건방질 수가 있겠나. 수사팀 자체에 대한 반감 탓에 문 전 대표가 그렇게 느낀 것 같다”고 해명했다.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검사는 우병우 중수1과장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검찰에 출석한다. 중수부 해체로 대검찰청이 아닌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두하게 된다. 노 전 대통령에 이어 8년 만에 전직 국가원수가 검찰 조사를 받게 되는 것이다. 국가적 불행이다. “진실은 밝혀진다”고 했던 박 전 대통령이 포토라인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궁금하다.

글=김준동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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