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 원로들이 친박 핵심 세력들을 향해 탄핵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의 단일 후보 추대를 촉구했다. 원로들은 “건강한 보수 진영이 후보 단일화를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원로들까지 후보 단일화를 외친 것은 방황하는 보수층의 절박한 심정을 대변해주는 대목이다.

원로들의 진단대로 보수 진영의 현 주소는 참담하다. 자유한국당 내 친박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과 함께 폐족 선언을 했어야 마땅했다. 그럼에도 일부 친박 인사들은 대선 경선까지 나서서 박 전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를 제외하면 상당수 인사들이 여론조사에서 0∼1%대 지지율을 오가고 있다. 대선 이후를 겨냥해 자신의 몸값을 올려놓겠다는 사익 추구 행위와 뭐가 다른 지 모르겠다. 보수의 대안이 되겠다던 바른정당 역시 대안은커녕 집안싸움으로 보수층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보수층이 대거 투표를 포기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원로들의 고언 한마디 한마디는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의 요체는 견제와 균형이다. 어느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은 결국 재앙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 탓에 보수의 위기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이기도 하다. 보수 진영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에 집착하기보다 희망의 싹이라도 틔워놓아야 하는 이유다. 첫 번째 전제조건은 원로들의 조언대로 친박들의 퇴진이다.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사저 정치’ ‘삼성동 정치’라는 말이 또다시 나와선 보수의 희망은 없다. 친박계는 최순실 게이트는 물론 지난 4년간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 그래야만 보수 결집을 위한 길이 열린다.

보수 희망의 싹은 보수 결집으로만 틔울 수 없다. 중도와의 연대가 필요하다. 강력한 보수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합종연횡은 불가피하다. 보수와 중도를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조건 없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시작할 때다. 보수층에게 최소한의 희망을 걸 기회라도 만들어줘야 한다. 자신이 몸담은 세력의 작은 이익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보수층을 재건하기 위한 보수 진영의 과감한 희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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