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한다. 70년도 안 된 대한민국 역사에서 노태우·전두환·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벌써 4명째다. 국민은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파면된 대통령이 탄핵 11일 만에 검찰에 불려가는 모습을 보게 됐다. 이 장면은 BBC와 CNN 등을 타고 세계 곳곳에 생중계될 것이다. 선현들이 극한의 어려움 속에서 생명을 걸고 지킨 대한민국의 품격을 생각하면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 십수명은 뇌물수수 또는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우리는 거의 매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얼마 전까지 국정을 진두 지휘했던 고위 공무원들이 수갑 찬 손을 옷으로 가리고 법원으로 이송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처음에는 충격적이었던 이들의 사진과 영상은 벌써 일상이 됐다. 그러면서 이제 박 전 대통령마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다. 심지어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이미 구속된 인사들과의 형평성을 생각해야 한다는 강경한 의견이 적지 않다고 한다. 4년 전 첫 여성 대통령에게 보냈던 국민적 기대를 생각하면 안타까울 뿐이다. 박 전 대통령은 더 나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사에 협조하고, 감추는 것 없이 사실관계를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검찰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 전직 대통령을 소환조사한다고 의기양양해서는 안 된다. 불과 수개월 전 살아 있는 권력 앞에 납작 엎드리는 사진이 공개된 검찰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검찰에서 조사받은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겸손하지 못하면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제 와서 죽은 권력이라고 무례하게 대하거나 자백의 기법이라며 감정을 자극하고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혐의 사실을 중심으로 신문하되 법에 명시된 절차를 정확하게 지켜야 한다.

2016년 광화문광장의 촛불집회는 헌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 탄핵으로 귀결됐다. 헌법재판소는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에 기대지 않고 헌법 수호자인 대통령이 책임과 의무를 다했는지를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 구속 여부와 공소유지 가능성을 논하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은 잘못을 저지른 권력을 질서 있게 퇴진시킴으로써 민주주의의 높은 수준을 스스로 입증했다.

되풀이되는 전직 대통령의 검찰청 출두라는 역사를 부끄러워하기보다는 한 걸음씩 민주주의를 완성시키는 국민의 성숙함을 평가하고 싶다. 무엇보다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어떤 리더십을 세우고, 어떤 제도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지 이번 기회에 더욱 깊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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