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색과삶

[색과 삶] 색맹에 대하여 기사의 사진
색맹 검사표
어린 시절 내 친구는 고추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돕다가 덜 익은 고추를 따는 바람에 혼이 났다고 한다. 초록 고추와 빨강 고추를 구분하지 못하는 그는 적록색맹, 즉 빨강-초록 색맹이었다.

색의 지각에 이상을 보이는 색맹은 빨강과 초록을 구분하지 못하는 적록색맹이 가장 흔한 경우이고 간혹 노랑-파랑 색맹도 있다. 적록색맹은 빨강이나 초록을 갈색으로 보는데, 언제나 그렇게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 친구의 경우처럼 색맹인줄 모르고 지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색맹의 정도가 약한 경우를 색약이라고 한다.

색맹은 어머니 쪽을 통해 유전된다. 어머니는 색맹이 아니더라도 그 아들은 색맹이 될 수도 있다. 매우 드물긴 하지만 후천적인 색맹은 눈과 관련한 병을 앓아 생겨날 수 있고 악성빈혈, 비타민 결핍, 납중독 등으로 인해서 생기기도 한다. 색맹은 남성이 여성보다 10배 이상 많다. 여성이 남성보다 색을 훨씬 정확하게 볼 뿐 아니라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색을 전혀 보지 못하는 완전색맹은 흑백영화 보듯이 세상을 바라보는데 이런 경우는 백만명 중 한 명일 정도로 지극히 드물다. 색은 보는 것의 결과지만 감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색맹이 삶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적록색맹인 사람이 생활하는 데 별다른 불편을 겪지 않는 이유는 언제나 상식으로 알고 있는 사실대로 색을 지각하기 때문이다. 운전을 할 때에도 신호등 불빛의 위치와 밝기에 익숙하게 반응하여 정상적인 사람이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하지 않다.

그러나 의사나 간호사, 비행기 조종사와 같이 생명의 위험과 직결되는 업무에 종사할 경우에는 반드시 색맹검사를 거치게 된다. 인간과 같이 색을 보는 포유류는 일부 원숭이밖에 없다. 붉은 깃발에 흥분하는 황소나 연분홍 옷을 입은 애완견 또한 색맹이다. 세상의 예쁜 색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다.

성기혁(경복대 교수·시각디자인과)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