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외로운 늑대 기사의 사진
체첸 반군 지도자 살만 라두예프는 1차 체첸전쟁(1994∼96년)이 벌어지자 95년 ‘외로운 늑대(lone wolf)’라는 게릴라 부대를 창설해 러시아 항쟁을 이끌었다. 이듬해 1월 이들은 러시아 남부 키즐랴르의 한 병원을 습격해 수백명의 민간인을 인질로 잡고 러시아군과 대치했다. 포위망이 좁혀오자 라두예프는 인질을 인간방패로 삼으며 체첸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그는 체첸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조하르 두다예프 대통령의 사위다.

늑대 사회는 무리 사회다.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방황하는 외로운 늑대가 ‘자생적 테러리스트’라는 지금의 의미로 쓰인 것은 1990년대 백인 우월주의자인 알렉스 커티스와 톰 메츠거가 백인 우월주의자들에게 외톨이 늑대처럼 행동하라고 선동하면서다. 메츠거는 “개인이나 소규모 지하 조직이 매일매일 익명으로 정부나 다른 표적들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외로운 늑대는 배후세력 없이 특정 조직이나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극단주의 단체의 이데올로기나 신념 등에 자발적으로 동조해 테러를 자행한다. 1978년부터 17년간 우편물 폭탄으로 수십명을 살상한 ‘유나바머(Unabomber)’ 시어도어 카진스키나 1995년 4월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청사 테러사건 범인인 티머시 맥베이가 이 유형의 테러리스트다. 압력솥에 사제 폭탄을 설치해 3명의 사망자와 180여명의 부상자를 낸 2013년 4월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의 차르나예프 형제도 조직과 연관이 없는 자생적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였다.

엊그제 영국 런던 의사당 부근에서 발생한 테러도 외로운 늑대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런던 경찰청은 테러 용의자가 영국 출신의 52세 남성 칼리드 마수드라며 국제적인 테러리즘에 영향을 받아 혼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테러리즘 전문가인 랜드 코퍼레이션의 브라이언 마이클 젠킨스는 외로운 늑대보다 ‘들개(stray dog)’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그는 대부분 개인이 폭력에 슬금슬금 다가가는 성향과 언어적으로 공격 성향을 갖고 있지만 뒷배가 없으면 겁을 낸다고 했다. 요즘은 외로운 늑대에 의한 테러가 일상화되는 것 같아 불안하다.

이명희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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