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신상목] 다시 牧羊으로 기사의 사진
지난 13일 국민일보가 주최한 종교개혁 500주년 국제포럼 개회예배 현장. 설교를 맡았던 이철신 영락교회 목사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인공지능이 성경의 원문과 번역본, 사전, 주석과 자료들을 제공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감동을 줄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 인공지능이 설교를 대신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면서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하나님의 감동을 전하자는 취지였다.

사실 요즘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히브리어와 헬라어 성경을 읽을 수 있고 다양한 영어 번역본도 접할 수 있다. 말씀 묵상(QT)이나 성경통독을 NIV나 ESV 등 영어성경으로 하는 신자들이 많아졌다. 권위 있는 주석서들을 활용해 깊이 있는 성경 연구도 가능하다. 최신 신학서적들은 꾸준히 출판되고 있다. 양질의 외국 신앙서적을 읽고 싶다면 ‘아마존닷컴’ 클릭 한 번이면 된다. 영어로 된 각종 성경 참고서는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다. 미국 신학생들이 즐겨 찾는 ‘크리스천북닷컴’ 같은 사이트는 세상 모든 신학 관련 도서가 망라돼 있다.

성도들도 목회자처럼 신학 연구가 가능해졌다. 500년 전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가 ‘만인 사제설’을 주창하며 신앙 민주화를 내걸었다면, 지금은 ‘신학 민주화’로 그 축이 급속히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사제가 독점했던 성경이 모든 신자들을 위한 성경이 된 것처럼 목사들이 전유(專有)했던 신학이 모든 신자를 위한 신학이 됐다.

일부 신학교들이 운영 중인 신학 과정을 비롯해 다양한 신학연구원과 아카데미에 신자들이 몰리는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그들은 더 이상 주일 설교나 개인 성경 공부로는 갈증을 충족할 수 없어 직접 신학 공부에 뛰어든 것이다.

신학 공부가 일반화됐다고 평생을 목회해온 목사님들의 경륜과 성경 해석을 얕잡아보는 것은 아니다. 목회자들의 ‘신학 함’은 책으로만 신학을 접한 신자들의 그것과는 다를 것이다. 그러나 신학 연구가 대중화되고 신자들도 스스로 삶 속에서 신학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목회자들은 더 이상 자신의 역할을 설교자로만 국한시킬 수 없게 됐다. 한국교회에서 목회자는 곧 설교자였다. 인공지능 시대 개막과 신학 민주화는 이 등식을 무너뜨릴 것이다.

목회에 대한 견해는 크게 넷으로 구분된다. 루터교회는 교리를 가르치고 성도에게 신앙 지식을 체득케 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장로교회는 성도를 교회의 일원으로 양육시켜 교회 안이나 밖에서 하나님의 자녀로 바르게 살게 하는 데 초점이 있다. 감리교회는 영혼의 각성과 성화에 초점을 둔다. 현대 미국 교회는 정신의학 개념을 도입해 치유에 초점을 둔다고 한다.

목회의 전부가 설교가 아니라면 향후 목회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획기적인 방법은 없어 보인다. 성도의 삶을 챙기는 목양(牧羊)이 회복돼야 한다. 목양이란 양을 기르는 행위이다. 주님이 맡기신 성도를 먹이고 돌보며 양육하고 보호하는 목회 사역 전반을 일컫는 비유적 표현이다. 신약성경 요한복음 21장 15∼17절은 이를 대변한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내 양을 먹이라”고 세 번이나 주문하신다.

성도들이 바라는 목회자의 목양 행위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저 이름을 불러주면 된다. 성도 가족의 근황에 관심을 가져주시라. 적당한 주기로 심방해서 식구들의 영적 상태를 점검해주면 감사하겠다. 기독교인으로서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 무엇보다 교인 가정의 고난을 외면하지 않고 손잡아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예수님처럼 친구가 되어주라’(두란노)의 저자 스캇 솔즈 목사는 “행동하는 사랑은 세상을 치유한다”고 말한다. ‘혼밥’으로 대변되는 나홀로 시대이지만 우리는 외롭다. 따뜻한 가슴을 가진 목사님들이 그리워진다.

신상목 종교부 차장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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