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조영태] 성공적인 대학구조개혁을 위한 조건 기사의 사진
얼마 전 교육부는 2주기 대학구조개혁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대학이 스스로 체질개선을 하지 않으면 국가장학금과 국고보조에 제한을 둬 학생 유치를 어렵게 함으로써 경쟁력 없는 대학을 퇴출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대학의 구조개혁이 대부분 국민의 일상과 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러한 기본계획이 발표된 사실은 물론이고 그런 계획이 있다는 것조차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구조개혁의 대상인 대학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번 기본계획 발표는 생존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계획이 실행되면 그들의 직장과 하는 일에 큰 변화가 생길 뿐만 아니라 심지어 직장이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워낙 부실대학이 많고 교육보다는 돈벌이 수단이 돼버린 대학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정리하려는 교육부의 노력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특히 저출산 현상이 15년 이상 지속돼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3년 후에는 수많은 대학이 입학정원조차 채우지 못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때문에 대학이 스스로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이번 대학구조개혁 기본계획은 어찌 보면 정부가 반드시 취해야 하는 조치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근본 취지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이번 기본계획이 성공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교육부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조건들이 존재한다. 이 조건들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을 경우 예견치 못한 부정적인 파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교육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먼저 대학은 수많은 사람의 일자리라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대학의 정원을 기계적으로 감축하면 대학에서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특히 정원축소 대상은 주로 사립대학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립대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현재 사학연금의 주된 가입자이다. 대학에 종사하는 사람의 수가 급감하면 당연히 사학연금 가입자 수도 축소된다. 대학 정원의 기계적인 축소는 교육부가 생각지도 않았던 일인 사학연금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지방대학들은 한 지역의 경제를 지탱하는 산업이라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 대학이 축소되거나 문을 닫으면 그렇지 않아도 어려워만 가는 지방 경제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교육부의 구조조정 계획은 기본적으로 대학의 등급제를 바탕으로 한다. 서울 등 수도권에 있는 대학들에 비해 지방대학들의 사정이 이미 열악하기 때문에 지방대학이 낮은 등급을 받게 될 가능성이 당연히 높다. 지금도 서울 수도권의 대학들이 전국의 학생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데, 이번 구조개혁이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아마도 교육부는 생각해 보지 않았겠지만 이번 대학구조개혁의 결과로 전국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더욱 집중돼 지방의 인구가 붕괴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셋째, 대학 입시제도가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고서는 대학의 새로운 수요 창출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 이번 계획에는 대학들이 줄어드는 학령인구만을 보지 말고 기존의 학령인구가 아닌 성인들을 대학교육의 대상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중고령자의 일하는 연령이 높아질 것인데 연령과 함께 생산성이 낮아지는 것을 대학에서의 학습기회로 극복하자는 취지에는 십분 동의한다.

문제는 지금처럼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수능시험과 같은 입시제도가 유지되는 한 대학이 평생의 학습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장으로 변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학들이 직장과 사회에서의 경험과 연륜을 기준으로 인재를 유치하고, 이들이 어린 연령대의 학생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대학 입시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교육부는 대학 입시제도의 변화 없이 대학의 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는 생각을 먼저 바꾸어야 한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대학이 변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가 구조개혁의 방향을 설정한 것도 잘한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개혁이 단지 대학의 정원 축소와 대학 퇴출로 끝나서는 안 된다. 교육부는 학령인구만을 보지 말고 대학과 관련된 다양한 맥락을 충분히 고려해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혁의 대상은 대학이 아닌 교육부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