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욕먹고 맞고 잘리고… ‘동네북’된 경비원 기사의 사진
“여기 BMW 좀 빼주세요!”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A아파트. 1평 남짓한 경비실로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넘어 들어왔다. 50대 경비원 김승우(가명)씨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벽에 걸려 있던 승용차 키에서 BMW 마크를 찾았다. 퍼즐을 맞추듯 비좁게 주차된 차 사이에서 BMW 차량을 간신히 빼냈다. 차 주인이 운전대를 잡고 단지 밖으로 나갈 때까지 김씨는 경비실 밖에 서 있었다.

경비원들 사이에서 젊은이로 통하는 김씨는 경력 17년차 베테랑 경비원이다. 40대에 경비 일을 시작했다. 경비원으로 보낸 세월이 긴 만큼 설움도 많이 겪었다. 좁고 허름한 경비실에서 기자와 마주한 김씨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그는 지난해 60대 남성 주민에게 가슴팍을 네 번이나 맞았다고 했다. ‘좋은 자리에 내 차를 대라’는 요구를 빨리 못 들어줬다는 게 이유였다. 바쁜 시간대라 늦어졌다고 설명했지만 소용없었다. 지난달에는 주차금지 구역에 주차하던 조카뻘 남성을 말렸다가 “평생 경비나 해쳐먹어라”는 폭언도 들었다.

주차는 그의 업무도 아니다. 입주민 차를 주차하다 흠집이라도 생기면 모두 김씨 개인 책임이다. 사소한 흠집은 봐주는 주민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김씨가 수리비 전액을 물어야 한다. 김씨는 “우리 아파트에는 비싼 차가 많아 늘 긴장된다”고 했다. 경비실 밖에는 외제 차가 즐비했다.

그는 이곳으로 오기 전 다른 아파트에서 주민의 오해로 해고를 당했다. 20대 여성 주민이 아침부터 “내 택배 안 왔느냐”고 김씨를 닦달했다. 택배는 저녁에야 도착했다. 주민은 그가 택배를 숨겨놨다가 나중에야 알려줬다고 경비업체에 불만을 제기했다. 해명도 제대로 못해보고 해고당했다. “한두명의 민원으로 경비원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건 어느 아파트나 마찬가지죠.” 김씨는 쓰게 웃었다.

아파트 경비원 문제는 여러 차례 논란이 됐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 업무 영역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데다 근무 환경도 열악하다. 대부분 파견계약직이어서 부당한 지시를 받아도 항의하기 어렵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3년 펴낸 ‘감시단속직 노인 근로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55세 이상 경비업 종사자 874명 중 언어·정신적 폭력을 경험한 비율이 32.5%였다. 김씨가 특별한 사례는 아니라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차별의식과 경비원의 불안정한 고용 상태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비원에 대한 갑질은 한국 사회 계층의식의 반영”이라며 “직업과 학력, 출신 등으로 우월함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직업의 안정성, 곧 지위의 문제”라며 “사람의 선한 양심에 호소하기보다는 법과 제도로 보호해야 입주민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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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임주언 기자 eon@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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