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훈민정음 상주본의 가치 기사의 사진
훈민정음은 예의(例義)와 해례(解例)로 나누어져 있다. ‘나랏말싸미…’로 시작되는 서문이 실린 예의는 1446년 세종대왕이 직접 썼고 해례는 같은 해 집현전 학사들이 저술했다. 예의는 ‘세종실록’에 실려 전해져 왔지만, 해례는 1940년 간송 전형필 선생이 찾으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해례본은 간송본 딱 하나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2008년 8월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글이 하나 올라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경북 상주시에 사는 고서적상 배익기(54)씨가 올린 것이었는데 “집에서 고서적 한 권이 나왔는데 문화재로 신청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문화재청 현장 조사 결과 서문 네 장과 뒷부분 한 장이 없어졌지만 간송본과 동일한 판본으로 판명됐다. 보존상태가 양호한 이 ‘상주본’은 이후 자취를 감쳤다. 소유권을 놓고 골동품상 조모씨와 민·형사소송이 벌어지자 배씨는 상주본에 대해 아예 입을 다물어버렸다. “상주본을 조씨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던 법원이 세 차례에 걸쳐 강제 집행과 압수수색을 했지만 찾지 못했다. 문화재청도 수차례 상주본 공개를 요구했지만 그는 완강하게 거부했다.

상주본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그가 다시 관심의 대상에 올랐다. 다음 달 12일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 재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등록한 그는 재산 신고 서류에 상주본을 기재하려 했다. 상주본의 재산 가치를 1조원으로 환산해 자신의 재산이 1조4800만원에 달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선관위가 “상주본은 실물 소유를 확인할 수 없어서 1조원을 기재할 수 없다”고 하자 그는 현물을 보여줄 수 없다며 4800만원만 신고했다. 적절한 보상을 원하는 그는 지금까지 상주본의 보관 장소 등을 함구하고 있다. 조상의 얼이 담긴 문화재를 돈으로 환산하고 이득을 보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상주본을 공개하고 국가에 기증하는 것이 옳다. 보상은 그 다음이다.

김준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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