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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노석철] 너무 다른 한·미 대통령제

미국은 국가기관들이 트럼프 독주에 제동… 朴정부, 공적 견제 시스템 붕괴가 불행 키워

[내일을 열며-노석철] 너무 다른 한·미 대통령제 기사의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요즘 사면초가 상태다. 취임 2개월을 갓 넘겼는데 악재만 계속 쌓여 대통령 지위까지 위태로워 보인다. 반이민 행정명령과 트럼프케어(미국건강보험법)로 쓴맛을 봤고, 정부 예산안 통과도 자신할 수 없다. ‘러시아와 내통’ 의혹은 트럼프 진영을 서서히 조여가고 있다. 극단적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비상식적인 정책들을 밀어붙이다 트럼프 스스로 덫에 걸려든 모양새다. 그는 ‘썩은 워싱턴 정치 탓’으로 돌리면서도 뒤늦게 야당인 민주당에 손을 내미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트럼프의 폭주에 제동이 걸리는 과정에선 미국을 지탱하는 힘이 느껴진다. 트럼프의 역주행이 계속되자 사법부와 입법부, 행정부까지 ‘미국의 가치’와 ‘상식’을 지키려는 집단적 견제 시스템이 작동하는 듯하다. 미국 법원은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과 수정명령에 대해 “특정 국적과 인종을 차별하는 위헌적 내용을 담고 있다”며 제지했다. 닐 고서치 대법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자신을 지명한 트럼프를 향해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 대통령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우리 공직 후보자들이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며 극도로 움츠리는 것과 너무 대조된다.

트럼프케어는 여당인 공화당 강경파의 반대로 좌초 위기에 처했다. 여당은 대통령의 하부 조직처럼 여겨지는 우리 현실과 딴판이다. 또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청문회에서 지난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결탁 의혹을 수사 중이라고 폭탄 발언을 해버렸다. 이후 야당에선 ‘탄핵’까지 거론되고, 트럼프의 ‘반역 행위’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가기관들이 정권 초기의 서슬 퍼런 대통령에게 집단 공세를 퍼붓다니 우리에겐 먼 나라 얘기로만 들린다. 이는 트럼프의 폭주를 그대로 두면 미국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집단 위기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로 눈을 돌리면 참담하다. 우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탈선에 제동을 거는 공적 시스템이 3년 넘게 작동하지 않았다. 다수의 공직자들은 민심보다 대통령의 ‘심기 경호’에만 애를 썼다. 검찰도 대통령의 코드에 맞는 수사로 일관했다. ‘정윤회 문건 파동’이나 ‘우병우 비리 의혹’ 수사 등에서도 그랬다. 여당도 대통령에게 맞서는 건 금기에 가까웠다.

왜 그런지는 유승민 의원이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보여줬다. 대통령이 불편해하면 공직자든 기업이든, 언론이든 모두 손봐야 할 대상이 됐다. 결국 아무도 대통령에게 ‘노’라고 할 수 없게 됐고, 그런 사이 최순실이란 독버섯이 각계를 주무르고 전횡을 휘둘렀다. 심하게 말하면 사실상 공적 시스템이 붕괴되고 ‘십상시’라고 불리던 몇몇 간신들이 나라를 휘젓는 무정부 상태가 3년가량 이어진 셈이다. 만약 미국 같은 자정 시스템이 작동했다면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 위기에 처하는 불행은 없었을지 모른다.

이제 새로운 정부 탄생이 40일가량 남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결승선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자신하는 분위기다. 현재로선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이 나와도 문 전 대표를 못 이길 것이란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그런데 주변엔 문 전 대표도 마뜩잖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유를 들어보면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문 전 대표 진영의 ‘배타성’과 ‘인의 장막’에 대한 걱정이 많다. 삼철(양정철·전해철·이호철) 얘기도 여전하다. 문 캠프에선 억울하겠지만 역대 정권마다 대체로 여론이 걱정하는 대로 흘러갔다. 아직 대선이 끝나지 않았는데 괜한 걱정인지 모르겠다.

노석철 국제부 선임기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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