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기자의 건강톡톡] 슬며시 다가오는 ‘가면 우울증’ 기사의 사진
# A병원 원무과에서 근무하는 김지영씨(26·가명)는 최근 원인모를 증상으로 고생하고 있다.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자주 나타났으며 소화불량과 불면증으로 뜬눈으로 밤을 새는 날도 늘었다. 내과 검진을 받고 처방약도 복용하고 있지만 뚜렷한 차도가 보이지 않아 고민이 깊다. 김씨의 이야기를 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가면 우울증’이 의심된다고 진단했다. 김씨는 “딱히 우울하지는 않다”고 말했지만,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과는 별개”라는 답이 되돌아왔다.

우울한 기분이 없더라도 우울증일 수 있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불면증, 소화불량 등 이유모를 통증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다. 우울한 기분이 없는 우울증세를 흔히 가면(假面)우울증이라고 부른다.

보통 ‘우울증’이라고 하면 축 쳐진 표정과 기분을 연상하곤 하지만 우울한 감정과 우울증은 별개라고 의료진들은 입을 모은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한 기분은 우울증의 진단기준 중 하나다. 우울증이라고 해서 반드시 우울감을 동반하지는 않는다”며 “가슴이 답답하거나 치밀어 오르는 증상, 집중력 저하, 불면증, 해결 안 되는 통증 등이 나타난다면 우울증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울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생활 스트레스부터 대인관계, 유전적 요인, 호르몬 작용 등 복합적인 이유로 발생하며, 이에 따른 증상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고영훈 고려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은 뇌의 기능 저하가 원인인 경우도 있다. 이 때 감정과 관련된 부위를 건드릴 경우 우울이나 슬픔 등 감정변화를 보이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불면증과 같은 신체 기능상의 문제로 우울증이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환자 자신조차 우울증인지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적절한 치료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다양한 신체증상 때문에 여러 진료과를 전전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고 교수는 “가슴이 답답하거나 속이 불편하다거나 또는 어깨 통증 등으로 다른 과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들이 많다. 여러 검사를 했는데 특별한 이상이 없다거나 치료를 받아도 호전이 없어 마지막에 정신과를 찾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우울증상은 대개 일정시간이 지나면 회복된다. 그러나 우울증 질환은 개인이 스스로 극복하기 쉽지 않은 편이다.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활이나 대인관계를 제한하는 등 사회적 기능상의 저하를 가져온다면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정 교수는 “일반적인 스트레스에 대해 개인이 참고 조절할 수 있다면 질환으로서의 우울증은 아니다. 반면 일상생활이 흐트러지는 수준이라면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울증 극복을 위해서는 밝은 곳에서 활동하고 되도록 재미있게 지내라고 주문한다. 또 혼자 있지 말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