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영석] 아름다운 이별 기사의 사진
2013년 7월 3일 미국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 홈구장인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 뉴욕 양키스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가 등장했다. 미네소타 구단은 부러진 배트로 만든 흔들의자를 선물했다. 이름은 ‘산산조각이 난 꿈의 의자’였다. 리베라의 주무기인 컷 패스트볼에 배트가 자주 부러진 것에 착안했다. 그 해 9월 27일 마지막 홈경기에선 모든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비운 채 오직 리베라 한 명만 마운드에 올랐다. 최고의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예우였다.

이듬해 4월 3일 휴스턴 애스트로스 홈구장인 미닛메이드파크에서 뉴욕 양키스의 영원한 유격수 데릭 지터가 타석에 들어서자, 모든 관중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휴스턴 구단은 지터의 등번호 2번이 새겨진 카우보이 부츠와 모자 등을 선물했다. 지터가 찾는 구장마다 은퇴 기념식은 이어졌다. 지난해엔 보스턴 레드삭스 강타자 데이비드 오티스의 은퇴 투어가 있었다. 은퇴 시점을 정한 레전드급 선수들이 원정 경기에 나설 때 상대 팀이 예우하는 은퇴 투어는 이제 문화로 자리잡았다.

우리에겐 올해 은퇴를 예고한 ‘국민타자’ 이승엽(삼성 라이온즈)이 있다. KBO리그에서만 443개의 홈런을 날렸다. 한·일 통산으론 602개다. 최다 타점(1411점)과 최다 장타(900개) 기록도 갖고 있다. KBO와 10개 구단은 그의 은퇴 투어를 준비하고 있다. ‘국보급 투수’ 선동열은 일본에서 현역 생활을 마친 탓에 제대로 된 이별을 하지 못했다. 한국 최초 메이저리그 박찬호도 은퇴 이듬해 올스타전에서 작별 인사를 했다. 레전드급 선수와 팬들의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서라도 은퇴 투어는 반드시 필요하다.

31일 프로야구가 개막한다. 이승엽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야구장을 한번 찾는 건 어떨까. 자신의 잘못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 전직 대통령, 권력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친박·친문계, 대선 때마다 등장하는 노욕의 정치인들로 가득 찬 정치판을 뒤로 하고 말이다. 글=김영석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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