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청년] “치과의사 꿈 접고, 더 큰 꿈 펼칩니다”

친환경 치약 개발 소셜 벤처 ‘위드마이’ 민승기 대표

[예수청년] “치과의사 꿈 접고, 더 큰 꿈 펼칩니다” 기사의 사진
위드마이 민승기 대표가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 민치과에서 친환경 치약을 개발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김보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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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치약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병상에 있을 때였다. “가장 많이 좌절해 있을 때였어요. 그때 하나님이 새로운 길을 보여주신 거죠.”

서울 강남구 언주로 민치과에서 지난 29일 만난 ‘위드마이’ 민승기(35·여) 대표는 친환경 치약을 개발해 판매하며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미국 존스흡킨스대에서 보건학, 뉴욕대 치대에서 치의학을 전공했다. 4대째 의사 집안으로 아버지는 민치과의 민병진 원장이다.

“봉사와 선교에 열심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한번은 어머니를 따라 범죄자와 노숙인들이 모여 사는 말레이시아의 한 마을로 선교를 간 적이 있어요. 그곳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본드를 흡입하고 있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버지가 치과의사라는 사실을 알고는 마을 지도자가 그곳에 치과치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하소연을 하더군요. 그때 뭔가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막연히 치과의사에 대한 꿈을 갖게 됐습니다.”

치열한 노력 끝에 치대에 진학했고, 치과의사의 꿈은 이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하와이 빈민가의 보건소에서 레지던트로 근무할 때는 정말 행복했어요. 단순히 의사와 환자라는 관계를 넘어 그곳 주민들과 소통했습니다.” 그러나 전문병원에서 일하며 시간에 쫓기듯 환자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그를 괴롭게 했다. “정해진 시간에 한 명씩 환자를 진찰해야 하는 환경과 치료비가 없어 절망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게 저를 참 괴롭게 했습니다.”

2013년 귀국 후 국내에서 치과의사의 길을 이어가려 했지만 장애물이 버티고 있었다. 미국의 치과의사면허가 국내에서는 통용되지 않기에 치과의사면허 국가고시를 봐야 했다.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시험에 떨어지고 말았다. 미국으로 돌아갈까 고민하던 중 건강검진을 받게 됐다.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수술을 필요로 하는 질병이었죠. 수술 후 꼬박 3개월 간 침대에 누워있어야 했습니다. 사실 그간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공부했고 건강관리에도 힘썼다고 생각했는데 연달아 실패를 경험하니 좌절하게 됐어요.”

병상에 누워 ‘진짜 행복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 무렵에 기부를 하거나 사회공헌을 하는 브랜드에 유독 관심이 많았어요. ‘뭔가를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 인스타그램에 계정을 만들어 그런 브랜드의 제품을 한두 개씩 소개하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어요. 저 역시 점점 더 많은 브랜드의 사회공헌 방식을 접할 수 있게 됐습니다.”

민 대표는 ‘지속가능한 생활필수품으로 나눔을 실천할 순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치약을 떠올렸다. 본인의 전공과 관계가 깊었을 뿐 아니라 평소 인체에 해로운 화학첨가물이 함유됐거나 동물실험이 선행된 치약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터였다. 회복 후 그는 치과의사라는 직함을 내려놓고 위드마이라는 이름의 소셜벤처회사를 창업했다. ‘나와 이웃 그리고 환경과 모든 생명을 생각한다’를 근본 가치로 삼았다.

민 대표는 한국콜마와 협력해 친환경 치약을 개발·출시했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았고 동물성 원료도 사용하지 않았다. 임산부와 어린이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파라벤, 합성계면활성제, 인공색소 등은 제외하고 인체에 무해한 성분만 넣었다. 세계적인 성분안정성 측정단체인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로부터 국내 최초로 인증도 받았다. 포장도 재생지 등을 사용한다.

위드마이는 다양한 루트로 기부를 하고 있다. ‘1 for 1’(고객 한 사람이 치약을 구매하면 필리핀 등의 어린이 한 명에게 치약이 기부되는 방식) 기부가 대표적이다. 수익금의 일부는 필리핀 빠야따스 등 국내외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후원하는 데 사용한다. “빠야따스의 어린이들은 걷기 시작하면 쓰레기더미에 올라가 쓰레기를 줍기 시작해요. 주운 비닐을 물에 씻어 중국의 재활용공장에 팔기 위해서죠. 1㎏의 쓰레기를 주워봐야 단돈 200원을 버는 데 그치지만 이게 유일한 생계수단이에요.”

민 대표는 수익금을 모아 캄보디아에 유치원 등 교육기관을 건립하는데도 사용할 계획이다. “치과의사로서 많은 돈을 버는 것에는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겠어요. 앞으로도 환경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제품을 만들고, 지속적인 나눔을 실천하는 일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나중에 꼭 필요한 분들을 위해서 무료진료는 하고 싶어요.”

글=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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