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현동] 풍계리와 송이버섯 기사의 사진
네이버에 ‘풍계리(豊溪里)’를 치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외에 경기도 이천, 충남 보령의 풍계리가 나온다. 한반도 남쪽에 살고 있음에도 내가 들어본 곳이라곤 북한 풍계리뿐이다. 1952년 북한 정권의 행정구역 통폐합 과정에서 신설됐다. 갈 수 없는 곳이다. 불과 2㎞ 떨어진 곳엔 ‘16호 수용소’라고 불리는 북한 화성정치범수용소가 있다. 좀 슬프다. 구글에 풍계리를 입력하면 67만9000개의 검색결과가 뜬다. 절대다수는 북핵 관련 뉴스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철옹성’이다. 핵실험장이 있는 만탑산은 높이가 해발 2205m. 학무산(1642m) 등 주변 산도 1000m를 넘는 첩첩산중이다. 천혜의 핵실험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그러나 핵에 완벽한 것은 없다. 잦은 핵실험으로 방사능에 노출된 주민들이 피부병과 미각상실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110㎞ 떨어진 백두산 화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핵과 함께 풍계리가 ‘태풍의 핵’이 된 것은 1993년. 당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특별사찰을 요구하자 북한은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했다. 이후 본격적인 핵 개발에 나선 북 정권은 2006년 10월을 시작으로 5차례 핵실험을 했다. 이 중 1, 2차는 김정일 정권 때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후 핵능력은 급성장했다. 2013년 3차 핵실험에 이어 지난해 1월에는 수소핵실험을 했고, 불과 8개월 만인 같은 해 9월 5차 핵실험을 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 움직임을 보면 6차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지명은 대개 지역의 특성을 담고 있다. 풍계리도 그렇다. 말 그대로 풍년이 잘 들고, 물이 넘치는 곳이다. 조선향토대백과사전은 길주남대천과 장흥천이 흐르는 들녘에는 콩, 벼, 감자, 옥수수가 풍부하고 산에는 송이버섯이 유명하다고 기록하고 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예전엔 이 지역 사람들 심성도 넉넉했다고 한다. 한때 물 좋고, 사람 좋고, 조선 최고의 자연산 송이 산지였던 풍계리가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한데 북핵과 김정은을 해결할 권한이 우리에게 없으니…. 씁쓸하고 답답한 노릇이다. 글=박현동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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