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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꿈과 희망의 언어를 듣고 싶다

“박근혜 시대가 마감된 만큼 지친 국민들 보듬고 지속가능한 미래 말하는 후보 나와야”

[김진홍 칼럼] 꿈과 희망의 언어를 듣고 싶다 기사의 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어(囹圄)의 몸이 됨으로써 우리 역사에 어두운 한 페이지가 추가됐다. 박 전 대통령은 공식라인을 배제한 채 서울 강남의 허접한 여인과 국정을 상의하고, 그 여인의 사익을 위해 제왕적 권력을 남용한 혐의로 구치소에 갇혔다. 본인의 불명예를 자초한 것은 물론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이미지마저 훼손했다.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승리라지만 우리나라 품격도 떨어졌다. 22년 만에 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는 장면은 민망하고 착잡했다. 반면 박근혜 시대 종언으로 지난 10월부터 지속된 국가적 혼란을 딛고 본격적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이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불안과 혼돈 그 자체다.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분야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좀 과장하면 차기 대선에 나선 한 주자의 말대로 ‘천하 대란’이다. 남북문제도, 대미·대중·대일 외교도, 민생경제도 엉망이다. 곳곳에서 어렵다는 푸념뿐이다. 국가 지도자 부재 상태인 데다 진영논리는 극성을 부려 대안 마련은 언감생심이다. 한반도 안팎의 상황이 긴박한데 한쪽에서는 이렇게 풀자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선 저렇게 푸는 게 맞는다고 우리끼리 치고받느라 부지하세월이다. 그러는 사이 우리나라는 가라앉는 중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반목과 질시가 수그러들기는커녕 당분간 더 첨예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5·9대선을 앞두고 있어서다. 선거는 갈등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조직하고 부추기는 특성을 갖고 있다. 양 진영의 대립이 심해질수록 지지그룹의 내부 결속도가 강해지는 탓이다. 나아가 각 정당과 후보들은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 잠재돼 있는 갈등을 표면 위로 끌어올리거나 이미 드러나 있는 갈등을 다른 갈등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투표일 전날까지 이런 현상들은 심화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좀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여야 정권교체가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지지율 상위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야권 대선 주자들이다.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으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업그레이드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하는 차기 대통령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역대 대선 때마다 야당 후보가 전가의 보도처럼 들고 나온 정권심판론과 다를 게 없다. 전직 대통령 탄핵·구속이라는 미증유의 사건을 언급하지 않을 순 없을 테지만, 국가적 불행을 토대로 ‘꽃가마’에 올라타려는 것으로 비쳐선 곤란하다. 최순실 파문에는 야당을 포함해 정치권에도 일정한 책임이 있고, 조기 대선판은 정치인들이 아니라 시민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촛불이든, 태극기든 많은 이들이 지쳐 있는 상태다. 언제까지 불행한 대통령들을 지켜봐야 하는 건지, 언제쯤이면 행복하게 퇴임하는 대통령을 볼 수 있는 건지 답답하다. 그들의 가슴과 머릿속에서 지난 수개월간의 혼란상을 씻어내고, 그 자리에 희망을 채워줘야 한다. 대선 주자들이 박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레퍼토리를 계속 재방송하는 건 식상하다. 박근혜 구속으로 우리나라 현대사의 전환점이 마련된 만큼 대선 주자들은 박근혜 프레임에서 벗어나 향후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미래를 얘기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실의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 꿈의 언어, 희망의 언어를 들려주는 대선 주자가 나오기를 바란다. 그 언어는 5년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지속 가능해야 한다. 그러려면 다수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우리 모두가 열망하는 선진국 진입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할 것이다.

김진홍 논설실장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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