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유영만] ‘산물’이 없으면 ‘부산물’도 없다 기사의 사진
주제나 문제의식을 갖고 책을 쓰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공부를 주제로 독자들에게 공부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며, 왜 공부해야 되는지,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어떻게 공부해야 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저술을 시작했다. 책을 쓰기 전에 당연히 공부에 관한 다양한 책을 찾아서 읽어보기도 하고 관련 기사나 글을 찾아 읽어보면서 공부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 공부에 관한 다양한 책이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공부에 관한 책을 써야 되는 이유와 기존 책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쓰기 전에 어떤 책을 쓸 것인지 결정하기도 하지만 책을 쓰면서 쓰고 있는 책의 내용을 구상하기도 한다. 문제는 책을 쓰지 않고 어떤 책을 쓸 것인지를 생각만 해서는 책도 못 쓸 뿐만 아니라 책을 쓰는 과정에서도 깨닫는 즐거움도 맛볼 수 없다. 책을 쓰는 것이 목표나 결과지만 책을 쓰는 과정에서 깨닫는 교훈과 즐거움이 목표나 결과보다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배움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대로 실행하지만 사실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해서 목표달성에 차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대로 풀리는 일보다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일이 더 많다. 여행지에서도 본래 계획했던 여행지는 아니었지만 가는 도중에 갑작스러운 현지 사정이나 예기치 못한 교통편에 문제가 발생해서 중간에 목적지를 바꿔야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비록 생각대로 여행을 하지 못했지만 계획에도 없던 낯선 곳에서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달성해야 될 목표만 바라보다 목표가 달성되지 않거나 못하면 실패나 잘못으로 이해한다. 사실은 목표보다 더 소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해도 목표중심 사고가 우리를 패배자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길을 잃은 덕분에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는 법이다. 계획대로 안 되는 덕분에 계획에도 없는 색다른 가능성을 만난다. 생각대로 안 풀리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생각을 할 수 있다. ‘생각해본 사람’은 ‘당해본 사람’을 못 당한다. 생각지도 못한 일을 당해봐야 생각지도 못한 생각을 할 수 있다.

‘지적 자본론’을 쓴 마스다 무네아키에 따르면 “산물이 없으면 부산물도 없다”고 하면서 산물과 부산물의 관계에 대해서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겼다. “부산물은 행운으로 치환할 수도 있다. 의도한 것 이상의 결과물을 만날 수 있다는 행운. 그것은 무엇인가를 이루어 낸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0에는 아무리 0을 곱해도 0이다. 1을 만들어 내야 비로소 새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우선 산물이 있어야 부산물도 있다는 주장이다. 산물을 만들어내려면 어떤 노력이라도 해야 된다는 말이다.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산물은 물론 부산물도 얻을 수 없다.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베냐민도 “모든 진보는 일보”라고 했다. 마스다 무네아키의 주장에서 얻을 수 있는 두 번째 깨달음은 산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우연히 부각되는 부산물, 그것이 오히려 산물보다 더 의미심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연히 만나는 사람, 낯선 곳에서 우연히 만난 경치, 우연히 서점에서 집어든 책 한 권이 계획된 목표를 달성하면서 얻은 즐거움보다 훨씬 큰 경우가 많다.

행복도 목적지에 있지 않고 목적지로 가는 간이역에 존재하듯, 삶의 의미심장함도 목표달성보다는 목표달성 여정에서 깨닫는 즐거움에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목표, 성과, 결과에 주안점을 두고 살다보면 그것 이외에는 다른 것이 보이 않는다.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면 또 다른 목표가 기다리고 있다. 목표를 달성해서 성과는 얻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성취감을 느낄 수 없다.

기존 목표보다 더 높은 목표가 설정되고,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목표를 달성하면 또 다른 목표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 반복된다. 우리는 이제 그런 목표달성 수레바퀴에서 벗어나야 한다. 갈수록 세상은 불확실해지고 어떤 변화가 다가올지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예전처럼 중장기 발전 계획도 무의미해지고 계획대로 목표가 달성되지도 않는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직면할수록 생각지도 못한 우연 속에서 뜻밖의 행운을 얻을 수도 있다. 목적지만 바라보지 말고 목적지로 가는 여정에서 우연히 만나는 수많은 마주침을 소중하게 생각할 때 생각지도 못한 깨우침과 뉘우침도 얻을 수 있다. 의도했던 산물보다 우연히 얻은 부산물에서 인생의 묘미를 발견하는 삶이 된다면 더없이 행복해질 것이다.

유영만(한양대 교수·교육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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