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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 94%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회

보건사회연구원이 성인 1601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해서 발표한 결과는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병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94%나 된다는 것이 놀랍다. 국민 대다수가 혈연, 지연, 학연 등의 연고가 작용해 불이익을 당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래도 암울했다. 10명 중 6명은 앞으로 자신이 더 높은 사회 계층으로 올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2%는 상층이 가장 적고, 하층이 가장 많은 ‘불평등한 피라미드 구조’라고 답했다.

‘빽’ 있고 줄 잘 서야 성공하는 사회는 발전이 없다. 계층이동이나 신분상승이 가로막힌 나라 역시 미래가 없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헬 조선’이란 자조 섞인 단어가 유행하고 “돈도 실력이야. 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는 분명 비정상이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것은 1970년대 이후 압축성장을 하면서 기득권층에 힘을 실어주고 특권과 반칙을 묵인해준 영향이 크다. 성공 지상주의와 물질 만능주의가 독버섯처럼 번지면서 정직과 실력으로 출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돼 버렸다.

최순실 사태는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줬다. ‘현대판 음서제’는 밤잠 안 자며 공부해서 대학 문턱 넘으려는 수험생들을 좌절시킨다. 일반고의 3배에 달하는 등록금이 들어가는 자사고와 특목고는 부유층 자녀들 차지가 돼 버렸다. 내년부터는 사법시험까지 폐지될 예정이어서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은 더 드문 일이 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기득권 엘리트층과 서민층의 괴리는 점점 더 벌어졌다.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끊어진 사회는 폐쇄적이고 역동성이 떨어진다. 구성원들이 꿈을 갖고 도전하는 사회라야 활력이 있고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선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지적대로 정말 뛰어난 인재는 영재교육을 시키지 않더라도 낭중지추(囊中之錐)다.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 만들기는 우리 사회 곳곳의 기득권 장벽을 낮추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대선 주자들이 먼저 할 일은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도록 교육 시스템을 복원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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