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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대선 뒤흔든 20대 코미디언 정치 조롱

25살 루카 막시모비치 3위 기염

세르비아 대선 뒤흔든 20대 코미디언 정치 조롱 기사의 사진
루카 막시모비치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기성 정치권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하기 위해 한 외양간 앞에 서 있다. 그는 2일 치러진 대선에서 득표율 9.04%로 3위를 기록했다. AP뉴시스
세르비아 대통령 선거에서 기성 정치권에 경종을 울리겠다며 농담처럼 출사표를 던진 25세 청년이 돌풍을 일으켰다. AP통신은 2일(현지시간) 치러진 세르비아 대통령 선거에서 코미디언이자 언론학을 전공하는 학생 루카 막시모비치가 득표율 9.04%로 3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그에게 폭발적 관심이 쏟아진 것은 기존 정치권과 사회에 대한 환멸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 베오그라드 외곽에 위치한 공업도시 믈라데노바츠 출신인 그는 지난해 코미디언 친구들과 함께 부패한 정치권을 풍자하는 영상을 만들어 SNS 스타가 됐다. 이후 정치인을 모방해야겠다고 마음먹고 ‘SPN’(Sarmu Probo Nisi·당신은 사르무의 맛을 본 적이 없다)당을 만들어 시의원 선거에 나섰다. SPN은 지지율 20%를 기록해 12석을 차지했고 단숨에 시의회 제2당이 됐다. 사르무는 고기를 양배추로 싸서 내놓는 동유럽의 서민 음식이다.

막시모비치는 이번 대권에 도전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권을 조롱하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가상 인물 ‘루비자 프렐레타세비치’라고 소개하면서 막대한 재산을 가진 정치인 행세를 했다. ‘프렐레타세비치’는 철새처럼 입맛에 맞게 당적을 수시로 바꾸는 정치인을 비꼬는 말이다.

그는 슬로건으로 “세게 깨버리자”를 택하고 당선 시 횡령을 하겠다는 황당한 공약을 내놨다. 대선 기간 중 18세기 위인의 동상 앞에 서서 종교 지도자처럼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이곳에 있다”고 외치거나 기적을 보여주겠다며 소가 교미 중인 외양간에 들르는 기행을 선보였다.

흰색 정장과 상투를 튼 듯한 헤어스타일, 수염과 화려한 반지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백마를 타고 유세에 나선 그에게 ‘밸리(흰색)’란 별명이 붙었다. 그는 “허구 인물이 대권에 도전하고 국민이 그에게 표를 주고 있는데 정치권은 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FP통신은 “의회에 입성조차 못한 SPN이 기존 정당을 제친 것은 정치권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때문”이라며 “막시모비치에 대한 호기심이 젊은층의 지지를 끌어냈다”고 진단했다.

세르비아의 청년 실업률은 19%까지 치솟았고, 러시아와 서방국의 알력 다툼 속에 불안한 정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평론가인 자네틱은 “막시모비치의 인기는 유럽과 미국을 휩쓴 포퓰리즘의 발칸반도 버전”이라며 “우익, 외국인 혐오, 반(反)유럽연합 정서를 공유하지 않아도 유권자 대부분이 기존 정치와 사회에 분노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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