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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핑크 타이드’ 끝나지 않았다… 대선, 집권 좌파 모레노 당선

에콰도르 ‘핑크 타이드’ 끝나지 않았다… 대선, 집권 좌파 모레노 당선 기사의 사진
에콰도르에서 2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한 좌파 국가연합당의 레닌 모레노 후보가 수도 키토에서 국기를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그는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다. AP뉴시스
2일(현지시간) 치러진 에콰도르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 집권여당인 국가연합당의 레닌 모레노(64) 후보가 51.12%를 득표해 48.88%를 얻은 우파 야당 기회창조당의 기예르모 라소(61) 후보를 눌렀다. 모레노 당선인은 하반신 마비 정치인으로도 잘 알려진 인물로 ‘21세기 사회주의’ 노선을 표방해 온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다.

모레노는 아마존 소도시 누에보 로카푸에르테의 중산층 가정 출신으로 2006년 대선에서 코레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당선된 뒤 2013년 5월까지 부통령을 지냈다. 모레노는 이날 수도 키토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지금부터 국가를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 일하자”고 말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1998년 무장 강도의 총격에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그는 2013년 장애 분야 유엔특사로 임명돼 2015년 9월까지 장애인 권익 신장을 위해 활약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AFP통신 등 외신들은 이번 결과에 대해 “코레아 정권이 최근 몇 년 동안 인구 빈부격차를 현격히 줄이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정책을 강화하는 등 ‘충성스러운 지지층’을 만들어낸 덕분”이라고 전했다. 또 “10년에 걸친 코레아 대통령의 반미 좌파 노선이 계승됐다”고 평가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페루 등 남미 좌파 정권들이 속속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에콰도르 좌파 정권이 명맥을 이어가자 현지 매체 텔레수르는 “지난 20년간 중남미를 물들였던 ‘핑크 타이드’(좌파 물결)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현지 여론조사기관의 출구조사 결과에선 라소 후보가 우세하다는 결과도 나와 야당은 부정선거를 운운하며 재검표를 요구하고 나섰다. 라소는 “여론조사기관 3곳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내가 여유 있게 승리하는 것으로 예상됐다”면서 “그들(여당)이 민심을 가지고 놀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코레아 대통령은 “우파의 도덕적 사기는 처벌받을 것”이라고 일축하며 “오해의 소지가 있는 출구조사 결과가 라소 후보를 착각하게 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실시된 1차 투표에서 모레노 후보는 39%를, 라소 후보는 28%를 각각 득표했다.

은행장 출신으로 ‘좌파 종식’을 주창해 온 라소 후보도 “자신이 진정한 승리자”라고 말해 향후 근소한 차이의 선거 결과를 둘러싼 진통이 예상된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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