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비유 수난시대 기사의 사진
비유도 엔간해야 설득력이 있다. 딱 맞는 비유는 설명이 더 필요없다. 비유 자체로 결론이 나오고, 그 결론이 공감으로 이어진다. 똑 떨어지는 비유를 들으면 순간 경탄한다. 잘된 비유를 탁월하게 활용하는 것은 훌륭한 리더의 조건이기도 하다. 메시지 전달력이 최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풍자와 위트까지 겸하면 더할 나위 없다. ‘은행은 맑을 때 우산 빌려줬다 비 오면 회수하는 곳’, 얼마나 콕 찌르는가.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영화 ‘베테랑’에서 일선 형사 역할의 황정민이 내뱉는 이 대사, 지금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구조적 모순의 단면을 한 마디로 압축한다.

비유는 힘이다. 플라톤의 유명한 동굴의 비유를 들면서 ‘동굴에서 빠져나와라’라고 누군가에게 조언했다고 치자. 겉모습이나 그림자만 보고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고, 그 현상의 내면에 있는 실체적 진실을 따져보라는 의미다. 아주 간결한 비유로써 상대방에게 강하고 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은 회고록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 또는 폭동으로 언급하면서 자신에겐 발포 책임이 없고, 오히려 죄 없이 십자가를 졌다고 말했다. 마치 자신을 온갖 세상의 죄를 억울하게 뒤집어쓰고 십자가를 진 예수에 비유했다. 부창부수라 했던가. 부인 이순자는 ‘그분’도 5·18의 희생자라고까지 했다. 비유도 잘못 쓰이면 유치해진다.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헌재의 탄핵 심리에서 한 변호인은 그를 핍박받는 예수에 비유했다. 어떤 친척은 파면 후 청와대에서 나오는 상황을 자유민주주의의 가시면류관을 쓰고 십자가를 진 예수의 심정으로 떠나는 것이라고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 큰 역할을 했던 사람들의 추락을 자주 본다. 신이 아닌 다음에야 공과가 있고, 결정적 실수도 있을 게다. 실수나 과오를 변명 또는 해명하는 것도 품격 있는 비유를 들면서 할 수는 없을까.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게끔 말이다.글=김명호 수석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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