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전윤철 ‘더문캠’ 공동선대위원장 “촛불 본질은 정의 실현 실패한 정부에 대한 국민 저항” 기사의 사진
전윤철 더문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회의실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로의 정권교체를 역설하고 있다. 그는 “차기 대통령은 국민과 역사 앞에 당당히 나서 국민에게 고통과 땀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이미 민주화된 시스템 안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데 실패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 촛불집회의 본질이다. 1987년 헌법 개정까지 시위는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이었다. 민주화를 요구했다. 이번은 다르다. 정권을 교체해 보편적 가치로서 정의가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는 국민으로 성장하겠다는 스스로의 비판이 들어 있다.”

전윤철 ‘더문캠’ 공동선대위원장은 4일 촛불집회의 성격을 이렇게 정의했다. 더문캠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캠프다. 그는 이번 대선이 ‘최순실 게이트’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촛불집회를 제대로 정의하지 않으면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고희를 훌쩍 넘긴 나이인데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세상의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는 전 위원장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회의실에서 만났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다.

“문 후보는 지난 5년 동안 여러 가지 경험을 쌓았다. 가장 잘 준비된 후보다. 경선 과정에서 반문 정서가 많았고 이견과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문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촛불민심을 정확하게 헤아려 우리나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역할을 누구보다 잘 수행할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양자대결을 가정한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가 앞섰다.

“그 여론조사 결과는 양자대결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양자대결은 가상으로 만든 것인데 현실성이 없다.”

-대선은 이제 시작이다. 문 후보 대세론에 맞서 다른 후보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큰 변수다. 양자대결 역시 가능성은 있는 것 아닌가.

“민주주의는 정당정치다. 정당은 유니크한 이념과 미래 국가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결성된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에 후보를 내고, 대선 후보를 뽑아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5월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은 스스로 정한 방식으로 경선을 해 후보를 만들었다. 그 과정을 무시하고 안 후보가 자유한국당과 합치는 것이 가능한가. 최소한 호남은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모든 당에는 정강정책과 이념이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당의 이념적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지 않고 정권 쟁취에 함몰돼 집권을 하겠다고 한다. 이것이 한국 정치 발전에 얼마나 저해요인이 되겠는가. 개헌과도 관련이 있다. 지금까지 개헌 논의는 권력구조 개편에 한정돼 왔다. 우리 헌법이 참 불쌍하다. 권력을 잡기 위한 야욕에 농단 당했다. 이번에도 헌법을 고쳐 집권하겠다는 세력이 있다. 또 다른 야욕이다. 이런 식의 집권 야욕으로 헌법이 개정되면 우리나라에서는 민주주의의 가치가 실현되기 정말 어렵다.”

-그래도 개헌에는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가 정권마다 반복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개헌을 일부 받아들일 용의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임제 필요성 같은 일부 권력구조에 손댈 곳은 있다. 그렇지만 개헌을 하더라도 현명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문·비문계를 통합해 권력을 잡겠다는 생각으로 개헌을 하겠다는 것은 의문이다. 사실 헌법 어디에도 제왕적 대통령제를 보장한 조항은 없다. 과거 관행이 그랬을 뿐이다. 운영을 잘못한 것이다. 이것이 적폐인데, 적폐는 정권교체를 통해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주요 지지기반은 호남이다. 당내 경선에서 문 후보의 ‘호남 홀대론’이 제기됐고 본선에서도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광주에서 열린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문 후보는 60.2%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이는 문 후보가 호남 홀대론을 극복했다는 의미다. 사실 호남 홀대론은 실체가 없다. 문 후보가 청와대에서 일할 때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헌법기관 기관장 5명 가운데 대법원장을 포함해 3명이 호남 출신이었다. 역대 정권의 고위 공직자 중 호남 출신 비율이 노무현정권 때 가장 높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런데도 일부에서 당시 청와대 인사 시스템을 오해해 호남 홀대론이 생겼다.”

-어떤 오해가 있었나.

“당시에는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 인사 대상자 명단을 작성해 민정수석실로 넘기면 그곳에서 검증하는 시스템이었다. 문 후보가 민정수석으로 일할 때 인사수석실에서 추천한 차관급 인사 몇 명이 검증 과정에서 걸러진 경우가 있었다. 그것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부산 사람인 문 후보가 호남을 홀대한다는 이야기로 발전했다. 노무현정부에서 문 후보와 함께 일하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그가 상당히 선량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감사원장을 연임하면서 1급 인사를 놓고 청와대에서 어떤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적재적소에 사람을 썼다. 문 후보는 자기 사람을 심으려 한 적이 없다.”

-전 위원장이 문 후보 선거캠프에 합류할 당시 호남의 DJ계와 친노계가 화합했다는 의미를 부여한 사람도 있다.

“감사원장 때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했던 문 후보와 같이 일을 했다. 감사원이 민정수석 관할이어서 5년 동안 대소사를 함께 논의했다. 그런 인연으로 선대위원장 제의를 받았을 때 흔쾌히 합류했다. DJ정부와 노무현정부를 구성한 세력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면 대북송금 특검 때 정도다. 사실 노무현정부는 국민의정부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심각하게 볼 필요조차 없는 문제다. 물론 문 후보가 나를 부를 때 호남을 의식한 것은 맞다. 지금 선대위 구성 자체가 호남에 상당히 비중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차기 대통령은 선거 다음날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적폐를 청산하고 안팎으로 위기에 처한 국정을 신속하게 복구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촛불집회는 민주화를 위한 투쟁이 아니었다. 민주화된 체제 안에서 정의를 실현하려면 정권의 윤리성과 도덕성을 강조해야 한다. 차기 정권의 시대정신은 정의의 실현이다. 공정하고 평등한 운영이란 최고 권력자가 멋대로 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물론 투명성도 강조돼야 한다. 이렇게 볼 때 다음 정부는 가장 어려운 과제를 수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차기 대통령은 국민과 역사 앞에 당당하게 나서서 국민에게 고통과 땀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디부터 풀어나가야 하나.

“최순실 사태는 사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고 권력기관이 동원됐고, 영혼 없는 공직자 몇 사람이 동조한 사건이다. 우리나라가 급속하게 경제성장을 이루다보니 곳곳에서 구멍이 났다. 이런 ‘골다공증’이 바로 적폐다. 요소별로 골라 분야별로 처리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시스템 중 역사적 소명을 다한 것도 있다. 이들을 21세기형으로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국영기업도 역사적 소명을 다한 곳이 있다. 민감한 문제다. 정부 주도로 개발 전략을 수행하다보니 불필요한 시스템을 정부가 가지고 있다. 국가가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정리해야 한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아직 하고 있다면 과감히 없애야 한다.”

-문 후보의 경제정책은 방향이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다.

“경제는 정부가 시스템을 만들어 주도하기에는 벅찬 과제다. 우리가 선택할 여지가 많지 않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산업화를 1960년대에 시작해 1990년대까지 했는데 중심을 이룬 것이 굴뚝산업이다. 이런 시스템으로는 견딜 수 없다. 임금 경쟁력을 앞세우는 제조업으로는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 그래서 문 후보가 81만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발표한 것이다.”

-그 공약은 포퓰리즘이란 비판이 있다.

“지금 제조업에서는 일자리 창출이 무척 힘들다. 고용유발계수는 계속 떨어지고 우리나라와 산업 구조가 비슷한 중국, 동남아에 비해 임금 경쟁력은 현저히 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분출하는 일자리 창출 욕구를 공공부문 일자리로 메우자는 것이다. 불가피한 조치다. 하지만 따져보면 황당한 이야기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전체 일자리 중 공공부문 비율이 평균 20.3%다. 우리나라는 7.3%에 불과하다. 그만큼 공적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 7.3%에서 3% 포인트 올리면 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밖에 안 되는데도 일자리 81만개를 만들 수 있다. 새만금을 대중국 전초기지로 만들어 첨단 의료기지를 비롯한 유통·서비스 분야를 육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드 한국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 이후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자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시장을 겨냥해 새만금에 투자하는 것이 옳은 방법인가.

“물론 무역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중국의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시장을 다양화해야 한다. 일본도 과거 중국의 경제보복을 그렇게 극복했다. 그러나 중국이 큰 시장이라는 점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 상품과 서비스의 질이 세계적이라면 중국도 이용하지 않고는 못 견딘다. 물론 사드와 관련된 문제는 문 후보가 잘 풀어갈 것으로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평생 사업을 한 비즈니스맨이다. 비즈니스맨은 탄력성이 있으니 차기 정부가 여러 가지로 협상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윤철 공동선대위원장은

1966년 제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43년 공직생활 중 13년을 장관급 이상 정무직 공무원으로 일했다. 김영삼정부에서 차관급인 수산청장을 거쳐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된 뒤 김대중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장, 기획예산처 장관, 비서실장, 경제부총리로 일했다. 노무현정부 5년 동안에는 감사원장을 연임했다.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공직에서 물러나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이사장으로 일했다. 고향은 전남 목포다. 1960, 70년대에는 사무관, 국장으로 승진하면서 호남 차별을 직접 겪었다. 심지어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호남을 대표하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인정받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이유다. “호남 출신 총리를 추대하겠다”는 문 후보의 말에 전 위원장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전 위원장에게 호남 총리론을 물었다. “호남이냐 어디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총리를 포함해 각료들이 구정물에 발을 담그고 그릇을 깨더라도 주체적으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차기 대통령은 전문가들 중에서 부여된 소명에 최선을 다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글=고승욱 논설위원 swko@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