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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최현수] 핵 민방위도 필요하다

北, 6차실험하면 핵사용까지 위협할 수준… 민간 훈련은 강력한 대비 태세 의지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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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미국 국무부 초청으로 뉴욕주 알바니를 방문했을 때 시 관계자로부터 흥미로운 설명을 들었다. 재난 시 비상대피계획에 대해 설명하던 그는 ‘핵 위기 이주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핵폭발 시 피해반경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단계별로 위험지역에서 안전한 곳으로 주민을 이동시키는 계획이었다. 그는 연방위기관리청(FEMA)이 1981년 작성한 ‘위기 시 이주계획’을 토대로 뉴욕주의 주민이주계획을 소상히 알려줬다. 지금은 줄어들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가 7000여개 정도지만 한때 구(舊)소련과 함께 지구를 수십 차례 파괴하고도 남을 규모의 핵무기를 보유했던 나라로서는 당연히 마련됐어야 할 대비책이었다.

미국은 소련과의 핵전쟁 위험이 고조됐던 1950년대부터 ‘핵 민방위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 왔다. 미국 정부는 핵전쟁에 대한 생존 매뉴얼을 제작하고 거북이 버트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교육용 만화영화를 제작해 초등학교 때부터 교육하기도 했다. 1960년대 핵전쟁에 대비해 초등학생들이 대피훈련을 하는 영상도 남아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핵 민방위 노력은 적이 오판할 경우에 대비한 보험”이라며 대통령 직속으로 비상계획실을 창설하고 4700개의 공공대피소를 지정하기도 했다. 지금도 뉴욕과 같은 대도시에는 핵 방호시설이 마련돼 있고 대피안내 표시를 해놓고 있다. 개인 부담으로 핵 방호시설을 갖추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아 미국민의 1.4%는 개인방호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미국뿐 아니다. 핵전쟁과는 큰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영세중립국 스위스도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스위스의 핵 민방위 대책은 국방·민간보호·스포츠부 예하 연방민간보호실이 전담하고 있다. 연방민간보호실은 스위스 전역에 5000여개에 달하는 공공대비소와 크고 작은 약 30만개의 핵 대피소를 관리하고 있다. 소넨베르그 터널은 가장 유명한 공공대피소이다. 이곳은 자제 급수시설과 발전시설을 갖추고 있어 2만명이 2주간 생존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장황하게 다른 나라 핵전쟁 대비책을 늘어놓는 것은 우리의 핵불감증이 우려돼서다. 가속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개발로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지만 대비책은 미흡하다. 군사적으로는 북한 핵위협에 선제공격이 포함된 킬체인·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한국형응징보복전략(KMPR)이 추진되고 있다.

이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민간 차원에서 핵전쟁 시 피해 최소화를 위한 방안도 이제는 마련해야 한다. 안보 불안감만 조성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겠다. 코앞에 현실로 다가온 위험한 상황을 모른 척하면 당장은 편할 수 있다. 하지만 위험한 가능성이 현실이 됐을 때 그 피해는 더 크다. 핵무기가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절대 무기’로 불리지만 대비 여하에 따라 피해 규모는 줄일 수 있다.

핵 전문가들은 북한의 6차 핵실험은 ‘북한 핵개발의 완결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실험 결과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 현실에 성큼 다가가게 될 것만은 분명하다. 핵무기를 갖게 될 북한은 ‘핵 공갈’에서부터 ‘핵 사용’까지 다양한 ‘핵 위협’을 구사할 것이다. 위협의 효과를 줄일 수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가 대비태세를 과시하는 것이다. 핵 위협에 굴하지 않고 차분히 핵 민방위 훈련에 임하는 모습도 대비태세의 하나일 수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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