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무쇠팔’ 최동원의 老母 기사의 사진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을 참척(慘慽)이라 한다. 어떤 것과도 비견할 수 없는 참혹한 슬픔이란 뜻이다.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스물여섯 살 외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소설가 박완서는 자신의 절절한 내면일기 ‘한 말씀만 하소서’에서 참척의 고통을 표현했다. “88올림픽이 여전히 열리리라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내 자식이 죽었는데도 고을마다 성화가 도착했다고 잔치를 벌이고 춤들을 추는 걸 어찌 견디랴. 아아, 만일 내가 독재자라면 88년 내내 아무도 웃지도 못하게 하련만.”

생때같은 아들이 사라졌는데 왜 세상은 무너지지 않느냐고, 왜 하늘은 여전히 푸른 것이냐고 울부짖는다. 그러면서 글을 맺는다. “주여, 저에게 다시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귀중한 아들을 잃었지만 그래도 세상은 충분히 사랑할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야구의 고장’ 부산 사직구장 광장에서 찍힌 두 장의 사진이 요 며칠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노란색 외투를 입은 여인이 이곳에 세워진 최동원 동상을 매만지고 동상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모습이었다. 사진 속 주인공은 고(故) 최동원 선수의 어머니 김정자(82)씨였다. 김씨는 4일 프로야구 사직 개막전을 보러 갔다가 아들의 동상에 들렀다고 한다. 최동원은 부산과 롯데를 상징하는 전설적인 투수였다. 혹사 논란도 있지만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올리며 롯데의 우승을 이끌어 ‘무쇠팔’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2011년 9월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2년 뒤 야구 영웅을 기리기 위해 동상이 현재의 위치에 세워졌다.

노모(老母)는 일주일에 2∼3번 사직구장을 찾는다. 움직이지 않는 아들의 팔, 다리를 만지고 눈을 마주보면 서로 느끼며 대화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교사로 45년 동안 근무했던 그는 팔순이 넘는 나이에도 요즘 장애 어린이와 복지관 노인들에게 글을 가르친다. 시민의 최동원 사랑을 봉사로 조금이라도 갚기 위함이다. 어쩌면 맏아들을 향한 그리움이 세상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된 것인지 모르겠다. 참척의 아픔을 뒤로한 노모의 발걸음에 경의를 표한다.

김준동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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