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찍문’ ‘안찍박’… 공포 프레임 전쟁 기사의 사진
제19대 대선 대진표가 확정되고 판세가 급속하게 양강 구도로 재편되면서 각 후보 간 ‘프레임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선 각 후보 측이 ‘○○를 찍으면 ○○가 당선된다’는 식의 ‘공포 프레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권자들의 비토 정서가 강한 후보에 대한 혐오증을 극대화시켜 자신의 당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역대 대선마다 등장했던 ‘사표(死票) 방지책’의 연장선이지만, 타깃은 야권 지지층이 아니라 갈 곳을 잃은 범보수 지지층이라는 점은 예전 대선과 다르다.

대표적인 게 ‘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당선된다’(이른바 ‘홍찍문’) ‘유승민을 찍으면 문재인이 당선된다’(이른바 ‘유찍문’)는 프레임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6일 페이스북 글에서 “‘문재인은 안 된다’는 생각과 ‘홍준표 후보를 찍으면 문재인 후보가 된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며 “안철수 후보는 정책이 좋은 평가를 받으며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했다. 홍 후보 지지는 결국 사표라는 점을 암시하면서도 ‘문재인 공포증’을 자극하려는 의도다.

박 대표 공격에 홍 후보는 발끈했다. 홍 후보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홍준표를 찍으면 홍준표가 되는 것”이라며 “안철수를 찍으면 박지원씨가 상왕(上王)이 된다. 안철수는 허수아비”라고 맞불을 놓았다. 대구·경북(TK) 등 영남 보수층에서 비토 정서가 있는 박 대표 흠집 내기를 통해 집토끼를 지키려는 전략이다. 유승민 후보 측 지상욱 대변인도 9일 브리핑에서 “‘유찍유’다. 유승민을 찍으면 유승민이 된다”고 반박했다.

‘공포 마케팅’의 원조는 1997년 제15대 대선 때 등장한 ‘이인제를 찍으면 김대중이 된다’는 프레임이다.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의 독자 출마로 보수표가 분산될 것을 우려한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 지지자들의 공격 논리였다. 2002년 대선에서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출마하자 노무현 민주당 후보 지지자들이 ‘권영길을 찍으면 이회창이 된다’는 논리로 야권의 표 분산을 막으려 했다.

다른 프레임도 있다. 최근 태극기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선 ‘안철수를 찍으면 박근혜가 사면된다’는 단체 메시지가 돌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보수층이 박 전 대통령 사면 여부를 “사면위원회에서 검토할 문제”라고 한 안 후보 발언을 눈여겨보면서 그를 ‘보수의 차선책’으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레임의 영향력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영향력을 인정하는 쪽은 ‘홍찍문’이 TK 보수층에서 ‘문재인만은 안 된다’는 정서와 맞물려 파괴력이 있다고 본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9일 “다른 지역에선 홍준표 후보가 약하지만 영남에선 지지층이 있기 때문에 얘깃거리가 된다”며 “홍 후보가 자기 스스로 당선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지 못한다면 보수층이 안 후보 쪽으로 쏠리는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포 프레임’은 정치공학적 논리일 뿐 의미 있는 변수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민주당 내에선 ‘홍찍문’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안철수 후보가 보수층 지지를 얻을수록 호남 유권자들 사이에서 정권 교체의 진의를 의심받는 딜레마에 빠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구전홍보 전략으로 보수층이 결집을 시도하고 있지만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큰 흐름을 넘어서기 어렵다”며 “정권교체의 적임자는 문재인 후보라는 흐름이 변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글=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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