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임종룡 금융위원장  “대우조선, 그냥 놔두는 건 직무유기… 내가 책임지겠다” 기사의 사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대우조선해양에 자금을 또 지원하게 돼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며 “하지만 그냥 놔두면 할 일을 안 하는 것이고, 차기 정권에 짐을 떠넘기는 것도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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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 사람만큼 동네북도 없다. 대우조선해양에 2조9000억원을 지원하고 대규모 채권단 채무를 출자전환하겠다고 하면서 금융권이 시끄럽다. 정권 말 ‘복지부동’을 넘어 일부 관료들은 대선 후보에 줄 서기 바쁘다는데 사방에서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하며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혹자는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만 임시변통해주고 대우조선 문제를 차기 정부에 넘기라 한다. 하지만 그는 “그냥 놔두면 직무유기다. 내가 책임지겠다”며 밀어붙인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임종룡(58) 금융위원장은 처음에는 “나갈 사람인데…”라며 고사했다. 그가 다시 인터뷰에 응한 것은 대우조선 문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짐작한다. 임 위원장을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2015년 10월 4조2000억원에 이어 대우조선을 또 지원하게 됐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닌가.

“대우조선의 처리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1단계는 채권단이 자율적 구조조정에 합의하는 거다. 이게 안 되면 법률적 강제로 구조조정(회생형 법정관리·P플랜)을 할 수밖에 없다. 3단계는 경영상황이 좋아지면 인수·합병(M&A)을 통해 주인을 찾아주겠다는 것이다. 대우조선은 정상화시켜 파는 게 최선이다. 금융기관 여신 18조원 중 13조5000억원이 배를 잘 지어주겠다고 금융회사가 약속한 선수금환급보증(RG)이다. 채권회수 측면에서 대우조선에 신규로 운영자금을 줘서 배를 잘 짓도록 하는 것이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명확한 선택이다. 정부로서도 전후방 산업효과나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세계 1위의 조선산업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을 고려할 때 현 단계에서 정리하는 것보다 정상화시켜 파는 게 최선이라 생각한다.”

-대우조선 회사채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 등이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데.

“자율적 구조조정 합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지금은 외부 관여 없이 경제적 실익을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라 본다. 자기가 관리하는 자산의 경제적 가치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현명한 결정이 나오리라 생각한다.”

-대우조선 처리를 놓고 산업자원부와 이견이 있는데.

“산업부도 기업을 도산시키면 국민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생각하는 것은 마찬가지 입장이다. 다만 어떤 식으로 정상화시켜야 하는 것인가는 다소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59조원(금융위) 손실이냐, 17조원(산업부) 손실이냐 하는 것은 도산이냐, 법정관리냐를 가정한 것으로 전제가 다른 추정금액일 뿐이다.”

-한진해운은 죽이고 대우조선을 살리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 것 아닌지.

“채권단이 자율적 구조조정에 합의를 하고, 안 되면 법정관리로 간다는 원칙은 같다. 한진해운의 경우 자율적 합의가 안 됐다. 채권단이 돈을 넣을수록 손실이 커진다는 판단을 했고 기업이 스스로 법정관리를 선택했다. 현대상선은 자율적 구조조정이 성공해서 살아있는 것이고, 대우조선도 마찬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대우조선은 법정관리로 가더라도 채권은행이 RG의 부담 때문에 기업 회생을 위해 자금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삼성 지배구조와 관련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을 승인해주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를 두 번이나 거절해 다른 부처의 영혼 없는 공무원들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비은행 지주회사의 전환문제는 현재 법이 갖고 있는 원칙과 지향하는 가치, 소비자 보호 등을 고려해 판단하고 움직였을 뿐이다.”

-보험계약자의 손실이 커지고 대주주의 이익이 커진다는 이유로 반대했다고 하던데.

“그런 여러 가지 부작용과 있을 수 있는 문제점, 우리가 갖고 있는 원칙과 규제의 틀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 승인하기 어렵다는 것은 일관되게 유지를 했고,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다.”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었다.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최대 리스크다. 하지만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재작년과 지난해 증가속도가 너무 빨랐다.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급격해지지 않도록 지난해 11.6%였던 증가율을 한 자릿수로 줄이겠다. 두 번째는 질적인 구조개선, 즉 고정금리와 분할상환 비율을 각각 50% 이상으로 높여 리스크를 줄이겠다. 세 번째는 소득능력은 없는데 빚이 많은 한계차주에 대한 사전 채무조정 방안과 신용회복 장치, 그리고 자영업자에 대한 사업컨설팅 강화와 실패했을 때 재기를 도울 수 있는 대책 등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달 중 발표하려 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가계부채 탕감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궁극적으로 도저히 빚을 갚을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채무조정은 필요하다. 다만 일반적으로 광범위하게 쓰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고 금융의 근간인 신용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2%대 저성장이 계속되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이 결코 일본 같은 잃어버린 20년을 맞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일본은 대규모 자산버블이 있었고, 이것이 금융을 부실하게 만들었고, 금융부실이 실물경제의 위축을 가져오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었다. 우리의 경우 대규모 자산버블이 있는 상태는 아니다. 또 기술발전이나 생산성 향상 등 발전할 여지가 있고 역동성이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디플레이션에 대응할 재정적 여력도 일본과 비교 안 될 정도로 충분하다. 다만 생산성을 높이고 역동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 정부가 추진했던 4대 개혁, 금융·노동·교육·공공개혁은 반드시 지속됐으면 한다.”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자 다른 은행들이 경쟁하는 ‘메기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 가입자는 GS25에서 돈을 찾을 수 있는데 점포 수가 전국에 1만개가 넘는다. 기존 은행의 경우 최다라고 해봐야 1000개가 넘는다. 직원 수도 1만4000∼1만5000명이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점포가 없다보니 직원 수가 250명이다. 또 기존 은행은 호봉 승급제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성과연봉제다. 누가 경쟁력이 있고 누가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는가. 그게 혁신이고 역동성이다.”

-양극화 문제도 심각하다. 포용적 성장에 대한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경제 양극화를 학술적으로 얘기하면 불평등도가 상승하는 거다. 불평등에 대한 불만과 좌절은 자기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이동성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없애야 한다. 두 번째는 일자리를 늘려가는 소득정책을 써야 한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최근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란 책에서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끝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도 읽어봤는데 대기업 중심의 개발경제시대 패러다임이 변할 것이라는 전망에 공감한다. 다만 대기업이 가진 자본력, 마케팅, 노하우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소규모 사업가가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체제가 변할 것이라고 본다. 그 책에서 언급했듯 대기업만의 패러다임에서 소셜믹스, 일종의 이코노믹스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 하나.

“그건 정부가 모르고 알려고 해서도 안 된다. 정부는 인프라를 만들어주고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제거하면 된다. 정부가 미래 먹거리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기업들 스스로 찾아가도록 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경제부총리로 갔더라면 어떤 정책들을 폈겠나.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한 일을 했을 거다. 부총리 중심으로 경제 현안에 적극적으로 잘 대응하고 있다.”

-수출이 5개월 연속 증가하고 소비도 반짝 증가했다. 경제가 나아지는 건가.

“경제 전반에 변화가 모색되는 상황이 아닌가 생각한다. 새로운 리더십과 함께 우리 경제도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다시 한 번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더욱이 세계 경제가 나아지고 있어 고무적이다. 다만 불확실성이 있어 위험관리를 잘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우선적으로 할 일들을 꼽는다면.

“영국에 재경관으로 있을 때 보니 연초에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는데 우리나라랑 별 차이가 없다. 어느 나라나 해결해야 될 문제와 방법을 알고 있다. 다만 누가 빨리 국민적 합의를 이뤄서 이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냐 하는 차이다. 새 정부는 해법을 빨리 이행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정부조직 개편 얘기가 또 나온다.

“새 정부는 선거 다음 날 출범하는데 조직개편에 힘을 쏟는다면 너무 소모적이다. 1997년 외환위기가 왔을 때 재정경제원은 한국은행과 금융감독권을 놓고 싸우고 있었다. 지금 그런 일을 할 시기가 아니다. 금융의 경우 한정해서 보자면 조직을 합치기도 했고, 안 해본 선택이 없다. 새롭게 하겠다는 것도 옛날 방식과 다를 바 없다.”

-취임한 지 2년이 지났다. 임기 중 잘한 일과 아쉬운 점은.

“잘한 것보다 가장 열심히 한 일은 현장중심으로 금융개혁을 추진했다. 소비자들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기초로 금융을 바꾸는 데 주력했다. 24년 만에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었고, 우리은행 민영화는 16년 만에 성공했다. 보험 상품과 가격 규제도 22년 만에 획기적으로 풀었고 초대형 투자은행(IB) 기준도 설정했다. 아쉬운 점은 성과주의 문화를 시중은행까지 확산시키지 못한 거다. 거래소의 지주회사 개편 등 금융개혁 과제 상당 부분이 입법화되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959년 전남 보성 출생으로 영동고,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 오리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3학년 때 행시 24회에 합격한 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은행제도과장, 증권제도과장, 경제정책국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1차관 등 금융·경제정책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1년 국무총리실장에 이어 2013년 6월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뒤 KB금융지주를 제치고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했다. 2015년 2월 금융위원장을 맡으면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금융개혁을 지휘했다.

만난 사람=이명희 논설위원 mheel@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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