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마스크 없는 봄날 기사의 사진
“오늘은 어디든 마스크 쓰지 않고 아이들 실컷 뛰어놀게 해주고 싶어요. 어디든 수치 낮은 지역 좀 알려주세요. 당장이라도 갈래요.”→“맘대로 할 수 있다면 미세먼지가 적을 거 같은 A·B·C·D·E지역에 좋은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고 측정 데이터를 24시간 1년 정도 저장해서 비교해 보고 싶습니다.”→“미세먼지 적은 곳으로 이사 가시려는 분은 직접 자기가 원하는 지역들의 데이터를 찾아서 비교해 보고, 결정하기 전에 실제 측정기를 가지고 가서 측정해 보고 측정값을 계속 관찰하면 되겠지요.”

네이버 카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에 올라온 질의응답 글이다. 미세먼지가 최악 수준으로 치닫자 지난해 5월 개설된 이 카페에는 최근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회원은 4만8000여명, 글도 15만여개에 이른다. 올라온 글을 보면 미세먼지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베란다에 차량용 필터를 설치했다’ ‘오염된 실외 공기를 필터링해서 실내로 유입시키는 공조시스템에 대해 소개한다’ 등 내용은 다양하고 전문가 수준이다. 입법 예고된 실내공기질법안 찬성운동, 전국 보육 및 교육기관 공기청정기 설치 의무화 서명운동 등을 전개하며 미세먼지 문제 개선에도 직접 나서고 있다. 미세먼지도 각자도생(各自圖生)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포털의 한 육아 커뮤니티에는 최근 30대 주부가 쓴 글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미세먼지 때문에 아기 낳기 싫어요’라는 제목이 달린 이 글에는 “미세먼지로 가득 찬 이런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다”고 토로하자 “공기까지 신경 쓰고 살게 될 줄 알았다면 아이 낳지 말 걸 그랬다”는 등의 댓글이 순식간에 100개에 육박했다. 6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일어나면 가장 먼저 미세먼지 예보부터 본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씁쓸한 현실이다. 마스크 없는 봄날이 그립다.

글=김준동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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