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엔 저자세, 학부모엔 큰소리치는 교육부 기사의 사진
“자유학년제 소식 들었죠? 이제 한 학기가 아니라 학년입니다. 자유학년제는 예습(선행학습)의 절호의 기회입니다.”

대형 포털 사이트에 걸려 있는 경기도 소재 입시 학원의 광고 내용이다. 교육 당국이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자유학년제로 확대하는 정책 변화를 예고하자 발 빠르게 대응해 “자유학기제 기간에 시험을 보지 않아 다음 학년에 올라가면 전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며 학생·학부모에게 은근히 겁을 주고 있다.

학부모 불안 심리를 파고드는 악성 학원 광고가 근절되지 않고 있지만 교육 당국은 솜방망이 처분으로 일관하고 있다. 교육부가 입시제도 등을 바꾸면 사교육 업체들은 학부모에게 겁을 줘 배를 불리고, 교육부는 단속하는 시늉만 한 뒤 면죄부를 주는 ‘학부모 착취 구조’가 더 단단해지는 상황이다. 이러는 사이 사교육비 부담은 매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교육부가 11일 발표한 ‘서울 학원밀집지역 불안마케팅 단속 결과’ 내용을 보면 교육부가 얼마나 학원 눈치를 살피는지 드러난다. 교육부는 서울 강남구 노원구 양천구 소재 학원 2341곳의 광고를 점검해 88개 학원을 적발했다. 자유학기제를 악용해 광고한 학원이 8곳, 선행학습을 유도하는 학원이 80곳이었다. 하지만 적발된 업체 명단은 물론 학원 규모 등 어떠한 정보도 공개되지 않았다. 중소 업체들은 전단 광고 비중이 높은데도 전단 광고는 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다. 마치 이런 광고 영업을 하는 학원이 일부에 국한된 것으로 읽히도록 했다.

적발 업체엔 면죄부를 줬다. 해당 광고만 삭제하면 뒤탈 없이 영업 가능하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단속에 걸려도 다른 형태로 광고를 변형하고 영업하면 그만이다. 학원연합회에는 “자율규약 준수를 위한 자체 노력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위법 사항을 적발하고도 자율 규제만을 강조하는 것이다. 반면 학부모에게는 “현명하게 자녀 교육에 신경 써 달라”며 일부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를 보였다.

선행학습 유발 광고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 공교육정상화법(선행학습 금지법) 제8조에는 ‘학원, 교습소 또는 개인과외교습자는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 또는 선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교육부는 처벌 규정이 없어 솜방망이 처분을 할 수밖에 없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법 제정 당시 학원 업계 반발 등에 굴복해 반쪽짜리 법을 만들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법 제정 당시 교육부 관계자는 “(처벌 규정이 없더라도)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불법 광고를 근절한다”고 약속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거짓 과대광고’로 적발돼 벌점을 받은 학원은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경기 충북에서 42곳에 불과했다. 교육부 스스로 “극히 미미한 숫자”라고 시인했다. 자유학기제를 악용해 광고 영업을 한 학원은 전국에서 427곳이 적발됐지만 행정 지도 처분에 그쳐 사실상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글=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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