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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이준한] 안철수 현상의 한계와 과제

“변동 폭 큰 지지율이라는 고질적 문제에서 벗어나 초심인 새정치 보여야 할 때”

[시사풍향계-이준한] 안철수 현상의 한계와 과제 기사의 사진
2011년 10월 26일 열렸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부터 2012년 11월 23일 대통령 선거 후보를 사퇴할 때까지 이른바 ‘안풍(安風)’은 대단했다. 의사에서 벤처사업가를 거쳐 서울대 교수 등 일반 국민이라면 단 하나도 하기 어려운 자리를 섭렵하다가 갑자기 서울시장 후보감으로 거론되더니 바로 대통령 후보로 도약했다. 50%를 넘나드는 지지율은 안철수가 입을 열 때마다 튀어나오는 ‘국민’이 ‘새정치’를 얼마나 열망하고 환호했는지 알려주는 지표였다. 그러나 제1의 안철수 바람은 정당의 벽을 넘지 못했고 안철수는 대선이 끝나자마자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당시 안철수 현상은 한국 사회에 팽배한 기성 정치에 대한 반발심과 혐오감 때문에 빠르게 확산됐다. 안철수는 정치에 물들지 않은 국외자로서 비정치적 논리와 시각에서 한국의 정치를 뒤집고, 벤처사업가 출신으로서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재벌 중심의 경제를 뜯어고치리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당시 안철수가 말하는 새정치는 박근혜의 창조경제, 김정은의 속셈과 함께 한반도의 3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안철수가 새정치를 설명할 때 애매모호하거나 작은 목소리로 같은 말만 자꾸 반복하는 통에 기성 정당의 지지자들이 결집했던 것이다. 제2의 안철수 바람은 더 극적이다.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안철수 지지율은 5년 전에 비해 서너 토막 수준에 그쳤고 새정치란 말도 결코 입 밖에 나오지 않았다. 지난 4년의 의정활동 기간에 안철수가 부지런히 배운 것은 새정치 대신 기성 정치다. 안철수는 경쟁자와 관련하여 ‘짐승’이란 용어를 쓸 만큼 싸움꾼이 되었고 악수할 때 상대방 손을 꽉 쥐는 수준이 되었으며 새로운 발성으로 연설하는 모습도 갖추었다. 하지만 민주당 경선이 끝나자마자 안철수는 문재인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회복했다. 더 이상 새정치를 말하지 않는 안철수에게 대세론의 문재인을 흔쾌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유권자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5년 전 안철수는 주로 연령대로는 20·30대 유권자, 지역적으로는 수도권, 이념적으로는 진보 성향의 지지에 기댔다. 2017년 대선이 한 달도 안 남은 현재 안철수는 50·60대 유권자, 호남과 보수에게서 지지를 받고 있다. 고정표가 없다보니 표의 확장성을 거론하는 것은 맞지 않다. 최악의 선택을 피해 전략적 선택을 하는 유권자가 시기와 환경에 따라 지지했다 빠지는 형국이다. 이 대목은 2016년 미국 대선과 흡사하다. 힐러리 클린턴을 더 싫어하는 유권자들이 과거 민주당에 몸담았던 적이 있던 억만장자 도널드 트럼프에게 1년 동안 40% 이상의 지지를 몰아줬다. 그러나 트럼프는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2달밖에 지나지 않아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졌다.

안철수가 더 이상 변동 폭이 큰 지지율이라는 고질적 문제에서 벗어나고 트럼프보다 더 성공하려면 고정 지지층을 굳게 쌓아야 할 것이다. 진정으로 초심인 새정치를 보여야 한다. 그간 준비해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야 한다. 사드 도입을 국민투표로 결정하자고 했다가 반대로 선회했다가 또 당론과 달리 갑자기 찬성한다고 말하면 국민이 어찌 믿음을 주겠는가. ‘촛불집회’에 참석해놓고선 이를 부정하거나 ‘태극기집회’와 동일시한다면 양쪽 모두 어찌 생각하겠는가. 당장 급하다고 보수에게 한 손을 내미는 동시에 그간 외면했던 세월호 유가족에게 다른 손을 내민다면 국민이 어찌 생각하겠는가. 5년 전 안철수 없는 안철수 현상이란 말이 나왔는데 앞으로는 다른 의원이 입을 대신해주고 상왕 노릇 해주며 고정표 없는 안철수 현상이라는 말은 더 이상 듣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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