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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과 삶] 복숭아꽃 스킬 기사의 사진
복숭아꽃
분홍은 봄날의 색이다. 봄날은 신체의 신진대사가 왕성하여 특히 여성에게 사랑의 기운이 활발해지는 계절이다. 피부의 색이며 누드의 색인 분홍은 연약하고 부드럽고 달콤하다. 그래서 분홍은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고 연상하는 색이다.

예전에 분홍은 강요받은 여성스러움을 나타내는 색이었지만, 이제는 스스로 분홍으로 여성성을 강조하고 자신감을 표현한다. 여성의 부드러운 에너지로 이끌리게 만드는 매력적인 색이 분홍이다. 분홍 꽃잎과 요염한 암술 수술이 어우러진 복숭아꽃은 단연 꽃 중의 꽃이다. 복숭아꽃이 만발한 이상향이 곧 무릉도원이다. 심청이가 살던 마을은 도화동이고 복사골, 도화골과 같이 전국 각지에 복숭아꽃 이름을 가진 지명이 흔하다. 매년 4월에는 부천, 조치원, 강릉, 영덕과 같은 복사꽃 마을에서 복숭아꽃 축제도 열린다.

하지만 복숭아꽃은 아름답다는 이유로 오히려 배척을 당하던 꽃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실학자 홍만선이 엮은 ‘산림경제’에서 여인들이 모이는 우물가에 복숭아나무를 심지 말라고 했다. 부녀자들 치마폭에 봄바람이 일어날까 염려한 까닭이다. 분홍빛 복숭아꽃이나 복숭아는 ‘도색잡지’, ‘도색영화’와 같이 에로틱한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 기생의 대명사가 홍도(紅桃)이고 고종황제를 홀린 기생 이름은 도화(桃花)이다.

‘복숭아꽃 스킬’이란 신조어가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컴퓨터 바탕화면이나 휴대전화 배경화면 혹은 프로필 사진을 복숭아꽃으로 설정하면 이성 친구가 생긴다는 기대가 있는 모양이다. 동양점술에서 꺼려했던 도화살(桃花煞)을 현대판으로 응용한 셈이다.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하는 방법치곤 그럴싸한 ‘정보기술’이다. 남녀 간 사랑을 복숭아꽃 핑크빛 무드로 유도하는 신종 연애 기술, 복숭아꽃 스킬이 유행하는 봄날을 만끽해보자.

성기혁(경복대 교수·시각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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