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년, 교회가 있었다] “슬픔 멈출 때까지 음악·미술·편지로 위로”

(下) 마음의 상처 보듬는 기독인

[세월호 3년, 교회가 있었다] “슬픔 멈출 때까지 음악·미술·편지로 위로” 기사의 사진
서울 용산구 청파로 삼일교회에서 11일 열린 ‘세 번째 봄, 열일곱의 노래’ 음악회에 참석한 관객들이 객석으로 내려온 세월호 유가족들(노란색 티셔츠)을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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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훈아.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으로도 너인지 알겠다.” “주님의 아들 영만아. 아프게 해서 미안하고 혼자 외롭게 있게 해서 미안해.… 그리고 나중에 만나면 따뜻하게 꼭 안아줄게.”

11일 저녁 서울 용산구 청파로 삼일교회(송태근 목사) 예배당. 세월호 참사 유족들로 구성된 ‘416합창단’이 무대에 올랐다. 27명의 유족 단원들은 3년 전 수학여행을 떠나던 날 아침, 꿈 많고 평범하던 네 가정의 일상을 음악극으로 표현했다. 저마다의 아들과 딸들에게 보내는 가슴속 이야기에 2000여명이 자리한 객석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고난주간과 함께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세 번째 봄, 열일곱의 노래’란 이름의 음악회로 꾸며진 이날 공연의 감동은 음악극 말미까지 이어졌다. 공연을 마친 유족들이 객석으로 내려오자 관객들은 그들 한 명 한 명을 꼭 끌어안아주며 등을 토닥였다. 유족과 관객 모두가 깊이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음악·미술·편지 등으로 아픔 공감

문화는 힘이 세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교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참사로 인한 상처를 보듬는 데 힘을 쏟았다. 정신·정서적으로 피폐해진 유족들을 위해 음악과 미술과 영화로, 때로는 문학작품과 손편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유족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졌다.

진도와 안산, 광화문 등지에서는 성탄절 부활절 같은 교회 절기마다 희생자 추모 음악회가 빠지지 않았다. 싱어송라이터 윤광호(61) 목사는 참사 1주기 즈음인 2015년 4월부터 직접 ‘기다리래’ 같은 세월호 추모곡을 만들어 30여 차례 무료 순회공연을 펼쳤다.

세월호 참사 100일째 되던 날, 진도 팽목항에는 빨간 우체통이 들어섰다. 일명 ‘하늘나라 우체통’으로 진도군교회연합회와 가정사역단체 하이패밀리(대표 송길원 목사)가 편지를 통해 유족들의 아픔을 나누고 이미 떠난 이들을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설치한 것이다.

초창기 우체통에는 피눈물로 써내려간 유족들의 편지가 많았다. 아들을 잃은 엄마는 ‘안아 보자 얼마나 자랐는지, 얼굴 한 번 만져보자’고, 오빠를 잃은 여동생은 ‘미칠 것 같다’고 절규하는 글을 남겼다.

요즘엔 많이 줄었지만 방문객의 위로 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거나 ‘슬픔이 너무 크기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더라도 견디어 내도록 기도하겠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들 편지는 전정림(진도 칠전교회) 목사가 틈틈이 수거해 한두 달에 한 번 사과상자 등에 넣어 경기도 양평에 있는 하이패밀리로 보낸다. 그동안 수거한 편지는 1만여통. 일부는 유족들에게 전달됐다. 나머지 편지는 따로 정리해 세월호참사기념관이 세워지면 기록물로 전달할 계획이다.

송 목사는 13일 “예수님께서 오라비 나사로를 잃은 마리아와 함께 우셨던 것처럼 하늘나라 우체통을 통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당신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우리의 눈물도 함께한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면서 “유족들의 슬픔이 멈출 때까지 하늘나라 우체통은 그 자리에서 우리를 대신해 계속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 심리·정서 치료도 병행

세월호 참사 직후였다. 안양샘병원은 생존자들과 피해 가족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병원 1개 층을 정신적 외상 치유 병동으로 꾸미고 치유프로그램을 발 빠르게 시작했다. 5일 과정의 치유 프로그램은 집단 상담 및 음악과 미술, 원예 등의 활동으로 구성돼 있었다. 크리스천의 경우 영성회복 프로그램도 병행했다. 박상은 샘병원 대표원장은 “유족들은 이 참사가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진심으로 함께 아파하고 위로해주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기영 이사야 노희경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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