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규의 문화공방] <100> 배우는 용기 있는 사람 기사의 사진
드라마 ‘황진이’에 출연한 김영애
지난해 한 매체에서 극작가 이윤택과 배우 오달수가 인터뷰한 내용이다. 극단 연희단거리패에서 연출가와 배우로 만난 그들의 대화는 퍽 인상적이다. 이윤택은 충동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만이 배우가 된다고 확신했다. “‘연극해 볼래?’라고 툭 던졌을 때 용기 있는 사람은 연극을 한다. 내 말에 쑥 들어온 사람이 바로 배우 오달수”라고 회고했다. 오달수도 화답했다. “연극 바보각시에서 바보 역을 맡아서 늘 해맑아야 한다고 생각해 계속 웃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마치 쥐어짜는 듯 보였는지 이윤택 선생이 나를 조용히 불러 ‘달수야, 웃기 싫으면 웃지 마라’ 딱 한마디 하셨다. 그것이 내 연기 인생의 화두가 된 말이 되었다”며 반추했다.

그렇다. 배우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 동시에 인간의 행위를 무대 위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표출하는 예술가다. 타인으로 살아간다는 그 자체가 창조적 용기다.

지난 9일 배우 김영애(1951년생)를 떠나보냈다. 5년 동안 췌장암으로 투병 중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그녀도 ‘너 배우 한번 해봐’에서 출발했다. 부산에서 상경한 김영애는 친척이 가져다준 방송사 탤런트 시험에 응시해 46년의 연기 인생을 걸었다. 파란만장했던 그녀의 일기는 대하드라마다. 왕비에서 기생으로, 재벌 회장에서 국밥집 주인으로 우리 시대의 삶을 온몸으로 대변했다. 그녀의 선 굵은 연기는 동시대를 살아온 우리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는 죽어서 우리에게 작품을 남겼다.

2006년 12월로 기억한다. 드라마 ‘황진이’의 행수기생 임백무의 죽음이 방영됐다. 당시 김영애는 왕비나 대비 역만 해왔는데 기생은 처음이어서 백무 역이 두렵다고 했다. 양반을 능멸한 죄로 참형을 선고받은 백무가 학춤을 추며 낙화유수 하는 장면은 두고두고 기억이 났다. 자연스러웠고 결연할 정도로 아름다웠으며, 짐짓 아는 척, 있는 척 꾸미지 않았음을 본능적으로 직감했기에.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강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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