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모규엽] 엘롯기 기사의 사진
프로야구에는 ‘엘롯기’라는 말이 있다.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의 앞글자를 딴 용어다. 그런데 여기엔 슬픈 사연이 깃들어 있다. 이 세 팀은 자타공인 프로야구 인기 구단이다. 충성도 높고 열성적인 팬이 많기로 유명하다. LG는 역대 프로야구 구단 최다인 12시즌 100만 관중을 돌파한 팀이다. 롯데는 2009년 138만18명이 야구장을 찾아와 역대 구단 한 시즌 최다 관중 기록을 가지고 있다. KIA는 홈구장이 협소하지만 원정 경기 때 수많은 팬이 찾아오는 전국구 구단이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인기와 반대로 성적은 바닥을 기었다. 돌아가면서 꼴찌를 했다. 이에 다른 팀 팬들은 이들 세 팀을 ‘엘롯기’로 묶어 부르며 비웃기 시작했다. 그럴 만했다. 세 팀이 포스트시즌을 뜻하는 가을야구에 진출한 것은 1982년 프로야구가 시작된 후 단 한 번도 없다. LG는 11년 연속 포스트시즌 좌절 팀이라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다. 롯데는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 25년 동안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해태 왕조’를 이뤘던 KIA도 그 명성에 큰 먹칠을 했다.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이 마지막이다.

그런 엘롯기가 올 시즌 힘을 내고 있다. 올겨울 알찬 훈련과 전력 보강으로 1위를 다투고 있다. 덕분에 프로야구 흥행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사 여파로 개막 5경기 관중은 총 6만7288명에 불과해 지난해(8만5963명)에 비해 22%나 감소했다. 하지만 최근 엘롯기가 돌풍을 일으키며 무섭게 따라잡고 있다. 지난 15일 65경기 기준 관중은 총 72만5909명으로 지난해(77만479명)의 94% 수준으로 올라갔다.

우리 사회는 약자가 강자를 넘어서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흙수저’는 아무리 노력해도 ‘흙수저’일 뿐이라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하지만 스포츠에선 가끔 약팀이 노력으로 강팀이 되는 경우가 있다. 엘롯기의 선전을 기원한다.

글=모규엽 차장, 삽화=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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