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슬픈 범죄] 아기 버려도 열에 여덟은 감옥에 가지 않았다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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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유기는 ‘가장 슬픈 범죄’로 불리지만 처벌 수위는 높지 않다. 2011∼2016년 선고된 영아유기(치사 포함) 사건 1심 판결문 69건을 분석한 결과 징역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1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를 버려 재판에 넘겨진 사람 열 중 여덟은 감옥에 가지 않았다.

6·25전쟁 직후 만들어진 영아유기죄

형법 272조(영아유기)에 따르면 부모 등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해서,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해서,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해 영아를 유기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은 아이를 버린 죄를 다른 유기죄보다 가볍게 본다. 형법상 영아유기 형량은 단순유기죄보다 징역형은 1년, 벌금은 200만원까지 낮다. 반면 부모를 버린 죗값은 훨씬 무겁다. 배우자나 본인의 부모를 유기했을 때는 10년 이하의 징역,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영아유기 형량이 낮은 이유는 뭘까. 영아유기죄를 포함한 형법은 1953년 제정됐다. 먹고살기 힘든 시절인 데다 전쟁통에 성폭행당해 임신한 여성도 적지 않았다. 한 영아유기 판결문에는 “형법 제정 당시는 극도의 곤궁상태와 함께 강간 등에 의해 부녀자들이 원치 않는 출산을 하게 되면서 영아살해나 영아유기 행위가 사회문제가 된 상황이었다”는 설명이 나온다. 가난과 성폭행이 만들어낸 비극적 사건이 많다 보니 온전한 죗값을 묻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영아유기죄의 구성요건이자 범행동기도 처벌 수위가 낮은 이유를 뒷받침한다. 영아유기죄는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해’ 혹은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고’ 아이를 버리면 성립한다. 이런 참작 사유가 없다면 처벌이 더 무거운 다른 유기죄가 적용될 수 있다. 결국 죄를 감경해주기 위해 범행동기를 구체적으로 적어놓은 셈이다.

김재봉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회 분위기와 자식을 부모의 부속물로 보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강한 처벌 어려운 딜레마

영아유기는 법을 적용할 때도 딜레마가 생긴다. 경제적 이유나 미혼인 상황 등을 고려하면 실형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아이를 버렸던 피고인이 양육자가 될 때 법원은 형을 감경해준다. 죗값을 치르기 위해 다시 아이를 홀로 두고 징역살이를 해야 하는 모순을 막기 위해서다.

국민일보가 확보한 69건의 영아유기 판결문 중 11건에는 “장차 아이를 잘 양육하겠다고 다짐하는 점” “피고인이 마지막으로 유기한 아들을 비롯해 네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점”을 참작했다는 표현이 나온다. 아이를 세 번 버렸던 엄마도 세 아이를 길러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국민일보 2017년 4월 11일자 1면 참조).

피고인 중 미혼모가 많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법원은 생부를 알 수 없거나 홀로 양육 책임을 져야 했던 경우, 도움을 받을 사람도 없었던 사정을 참작해 처벌을 결정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영아유기 피고인) 대부분이 미혼모다보니 그들에 대한 동정심이나 관대함 등을 담은 법 정서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엄벌주의가 대안은 아냐”

낮은 처벌 수위와 법이 암시하는 구시대적 관점 때문에 영아유기죄 존폐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법이 만들어진 1953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08년 법무부는 간통죄와 함께 영아유기죄를 형법에서 삭제하려는 논의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아유기라는 별도 조문은 부모의 형편을 고려한 건데 이제는 아이의 생명과 복지를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정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다른 유기보다 범죄성이 약하다는 걸 나타내는 상징적인 의미”라고 비판했다.

그렇다고 엄벌주의가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지금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이를 버린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영아유기를 저지른 사람 중에는 도저히 키울 능력이 안 됐던 취약계층도 있다”며 “그렇다면 그런 사람들을 보호하지 못한 국가의 책임도 있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정환 교수 또한 “죄목을 따로 둘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 처벌이 낮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를 버리지 않을 사회를 만드는 게 최우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아이를 버리지 않고 키워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부재하다”고 꼬집었다. 김재봉 교수도 “판사가 사정을 고려해 형량을 깎아주는 작량감경이 있기 때문에 법에서부터 영아유기 형량을 낮게 설정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면서도 “미혼모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제도를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임주언 기자 eon@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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