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슬픈 범죄] 영아유기치사, 10건 중 단 2명만 ‘실형’ 기사의 사진
경기도 파주 용미리 제1묘지 앞에 있는 무연고 사망자 유골 안치 건물. 2014년 9월 서울 성동구에서 버려져 숨진 아기의 유골 봉안함도 이곳에 있다.
경기도 파주시 용미리 제1묘지 100구역 입구에는 팻말 하나 붙어 있지 않은 회색 단층 건물이 있다. 잠긴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3700여개의 봉안함이 빼곡히 쌓여 있다. 이곳은 서울에서 죽은 연고(緣故) 없는 사망자들의 뼛가루가 보관돼 있는 곳이다. 이 중 28열 위에서 여덟 번째, 바깥에서 여섯 번째 칸에는 이름조차 없는 봉안함이 있다. 사망일, 화장일 등만 적혀 있을 뿐 ‘성명 불상’에 나이도 없다.

이 유골의 화장되기 전 시신은 2014년 9월 11일 오전 10시쯤 서울 성동구 마장동의 빌라촌 골목 재활용쓰레기 수거 장소에서 발견됐다. 갓 태어난 것처럼 보이는 신장 50㎝ 남자아기는 종이박스 안에 담요로 싸인 채 차갑게 식어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한 뒤 경찰에 “본 시체에서 사망을 설명할 수 있는 이상 소견을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하며, 영아 유기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본다”는 단 한 줄의 소견을 보냈다. 경찰은 변사(變死)로 기록했지만 사실상 폐사(廢死)였다. 성동구청은 그해 10월 화장을 하고 11월에 ‘연고자는 유골(시체)을 인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홈페이지에 공고를 올렸다. 그 후 2년이 넘었지만 아무도 아기의 유골을 찾아가지 않았다.

아기들이 단순히 버려지는 것도 모자라 유기돼 죽고 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영아유기치사 사건은 20건이었다. 경찰에 신고되는 건수가 이 정도일 뿐이지 실제 버려져 숨지는 아기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아는 출생신고도 하지 않고 아무도 모르는 채 버려져 죽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경찰 통계의 문제도 있다. 경찰은 2014년 영아유기치사 사건 발생 건수를 2건으로 기록하고, 검거 건수도 2건으로 기록했지만 성동구에서 발견된 아기를 유기한 사람은 검거되지 않았다. 경찰 통계에 허점이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고려할 경우 버려져 죽는 아기는 매년 10∼20명은 될 것으로 추산한다.

아기를 버려 죽인 사람이 경찰에 잡힌다 해도 법원에서 실형을 받는 일은 드물다. 국민일보가 2011∼2016년 법원의 영아유기치사 사건 판결문 10건(피고인 11명)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피고인 단 두 명에게만 실형이 내려졌다. 막 태어난 아기를 영하 기온의 화장실에 방치해 숨지게 한 A씨와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있는데도 출산 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아기를 죽게 놔둔 B씨에게만 각각 징역 2년, 징역 1년6개월이 선고됐다. 그 외 7명에겐 집행유예가 내려졌고, 2명은 만 19세 미만이어서 소년법에 따라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됐다.

권오용 성산생면윤리연구소장은 “입양특례법 등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바람에 부작용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아기가 버려져 죽고 있는데 정부와 일부 단체들이 윤리적 도그마(Dogma·교리)에 빠져 현실을 외면하고 (입양특례법 개정, 베이비박스 합법화 등)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을 꺼리고 있다. 굉장히 부조리하고 잔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파주=글·사진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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