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염성덕] 檢 독점적 영장청구 개선해야 기사의 사진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놓고 검찰과 경찰의 기세 싸움이 한창이다.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검·경이 자기 조직에 유리한 발언을 쏟아내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누구 주장이 현실에 맞는지를 파악하려면 영장청구와 관련한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규정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헌헌법(1948)은 법관에 의한 영장제도를 도입하면서 사전 영장 청구권자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 다만 현행범이 도피 또는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 수사기관이 사후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첫 형사소송법(1954)은 구속·압수수색 영장 청구권자를 검사와 사법경찰관으로 명시했다.

5·16쿠데타를 계기로 헌법과 형소법이 검찰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뀐다. 5·16 직후 국가재건최고회의는 경찰이 검사를 경유해야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형소법을 개정했다. 또 검찰관의 영장청구권을 헌법에 명시한 제5차 개헌안(1962)을 의결·공포했다. 박정희 정권은 제7차 개헌안(1972)에서 검찰관을 검사로 변경했다.

이후 헌법과 형소법 개정 과정에서 영장청구의 주체는 검사로 자리 잡았고, 사법경찰관은 검사에게 영장을 신청하도록 했다. 검찰과 경찰을 경쟁·견제 관계가 아니라 상하 관계로 만든 것이다. 검사는 수사권·수사지휘권·수사종결권·영장청구권·기소권·공소유지권·형집행권 등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시나브로 ‘검찰공화국’은 공고해졌다.

박정희 정권이 전쟁의 상흔을 딛고 경제성장 등을 위해 노력한 점은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고 인권을 유린한 군사독재정권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국가재건최고회의가 도입한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이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유효한지는 국민이 결정해야 할 문제다.

헌법에 명시된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 조항을 삭제하면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고 인권 보장에 구멍이 뚫린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다고 할 수도 없다. 영장 발부 여부는 청구자의 의지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독립기관인 법관이 심사를 거쳐 결정하기 때문이다.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가 재청구를 통해 발부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2차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과 발부를 각각 결정한 이들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들이었다. 이들이 법과 양심에 따라 결정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헌법재판소도 1997년 3월 “영장주의의 본질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강제처분을 할 경우 중립적인 법관이 구체적 판단을 거쳐 발부한 영장에 의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검사만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헌법에 규정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우리 헌법은 개정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헌법에 명시된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 조항은 삭제하는 것이 시대정신에 맞는 듯하다. 이 문제를 검·경에 맡기면 해결되지 않는다. 양측의 견해차를 좁힐 수도 없고, 더 큰 권력을 쥐고 있는 검찰이 양보할 리도 없다. 양식을 갖춘 헌법학자와 법 전문가들이 난상토론을 벌여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의 현명한 판단을 받게 해야 한다.

이참에 형소법의 관련 조항 개정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검사의 영장청구권 오·남용 사례는 수없이 많다. 검찰 비리에 대한 경찰 수사를 방해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사가 청구하지 않으면 경찰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다. ‘절대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서둘러 대안을 찾아야 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sdyu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