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기획]  헉! 청첩장… 축의금 마련하려 알바 뛰는 취준생들 기사의 사진
취업준비생 권모(30)씨는 친구 결혼식장을 나서며 ‘당분간 밥은 좀 싼 걸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단기 아르바이트로 번 5만원을 전부 축의금으로 냈기 때문이다. 5시간 동안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비타민 음료를 홍보해서 받은 돈이었다.

권씨는 취업 준비를 하는 4년 동안 대부분 경조사에 불참했다. 하지만 함께 취업공부를 했던 친구의 결혼식만은 빠질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한 달 30만원인 생활비를 쪼개서 축의금을 마련하기도 어려웠다. 권씨는 “남의 결혼식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비참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에게 경조사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최소 몇 개월에서 길면 몇 년까지 일정한 수입이 없다보니 경조사 비용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꼭 가야 할 결혼식에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축의금을 마련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5만원, 10만원 등 친한 정도에 따라 암묵적으로 정해진 비용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다.

최모(33)씨도 이 축의금 기준 앞에서 서글픔을 느껴야 했다. 지난해 6월부터 6개월 사이에 최씨의 친구 4명이 결혼식을 올렸다. 친구들은 취업 장수생인 그의 사정을 고려해 축의금을 내지 말라고 했다. 고마운 한편 마음이 불편했던 최씨는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전단을 돌렸다. 그렇게 번 돈으로 축의금을 3만원씩 내다가 결혼식장 음식 값이 비싸다는 걸 알고 난 뒤부터는 5만원씩을 봉투에 넣었다. 반면 취업을 한 친구들은 서로 20만원씩을 주고받았다. 최씨는 “아기 돌잔치 때 좋은 선물을 사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취업하고 결혼해 아이까지 낳는 친구들과 괴리감이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취업준비생이 축의금을 한번 내려면 한 달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한다. 서울시가 2015년 12월 만 18∼29세 청년 713명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취업 청년의 한 달 평균 지출액은 약 58만원이었다. 평균 58만원을 지출하는 사람이 5만∼10만원의 축의금을 내면 한 달 평균 지출의 10∼20%를 한꺼번에 추가로 지출하게 된다.

돈이 없다고 취업이 될 때까지 인간관계를 아예 끊는 것도 쉽지 않다. 언제 끝날지 모를 취업기간 동안 경조사를 모두 놓치면 고립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엄습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안 내고 안 가버리면 쉬운데 실제로는 그럴 수 없다. 마음만 전한다고 해도 오히려 자기 자신의 마음이 불편할 것”이라며 “자신의 개인적인 욕구 같지만 사실은 사회적인 요구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굶어죽기 직전의 상태가 아니라면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력에서 100%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모순적이지만 축의금을 챙겨 결혼식에 참석하고 오히려 관계에 회의를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르바이트까지 해 축의금을 낸 자신의 처지와 모든 것이 안정에 접어드는 결혼식 주인공의 처지가 대비되기 때문이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우에 따라 이로 인해 우울증이 오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삶의 준거집단이 크게 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글=임주언 이택현 기자 eon@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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