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꽉 채운 男男 투톱 영화들… 여배우가 사라졌다 기사의 사진
이선균(왼쪽) 안재홍 주연의 '임금님의 사건수첩', 이성민(왼쪽) 조진웅 주연의 '보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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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우 투톱 영화가 올해 극장가를 채우고 있다. ‘남남 케미’ ‘브로맨스’(남자들 사이 느껴지는 친밀감) 등 신조어가 유행처럼 쓰이는 형국이다. 지난해 뜨문뜨문 존재감을 보였던 여배우 영화는 어느새 자취를 감춰버렸다.

1월부터 조짐이 보였다. 조인성·정우성의 ‘더 킹’과 현빈·유해진의 ‘공조’가 나란히 포문을 열었다. 이후에도 흐름은 계속됐다. 정우·강하늘의 ‘재심’, 한석규·김래원의 ‘프리즌’, 손현주·장혁의 ‘보통사람’, 임시완·진구의 ‘원라인’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스크린에 걸렸다.

개봉이 임박한 주요 한국영화들도 약속한 듯 두 남자주인공을 앞세웠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이선균·안재홍의 ‘임금님의 사건수첩’을 시작으로 다음 달 3일 이성민·조진웅의 ‘보안관’, 9일 고수·김주혁의 ‘석조저택 살인사건’, 31일 이정재·여진구의 ‘대립군’이 차례로 관객을 만난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코믹 요소를 버무린 퓨전사극이다. 총명한 두뇌를 자랑하는 임금 예종(이선균)이 어리버리해 보이지만 천재적인 기억력을 지닌 신입사관 이서(안재홍)와 함께 민심을 어지럽히는 괴소문의 실체를 파헤쳐가는 활약상을 담았다.

이선균이 데뷔 16년 만에 도전한 첫 사극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그는 기존 사극톤에 얽매이지 않고 현대어를 섞어 친근한 왕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안재홍과의 호흡도 합격점을 받았다. 둘이 주고받는 자잘한 유머가 폭소를 이끌어냈다.

‘보안관’은 코믹 수사극. 부산 기장을 배경으로, 동네 보안관을 자처하는 오지랖 넓은 전직 형사 대호(이성민)가 서울에서 내려온 성공한 사업가 종진(조진웅)을 마약사범으로 의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서로를 은근히 경계하며 대립각을 세우는 이성민과 조진웅의 관계가 작품의 뼈대를 세운다. 둘의 능청스런 연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 적지 않다. 대호의 처남이자 조수 덕만 역에 김성균, 동네 행동대장 선철 역에 조우진이 합세했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증거라고는 잘려나간 손가락만 남은 의문의 살인사건에 경성 최고의 재력가(김주혁)와 과거를 모두 지운 정체불명의 운전수(고수)가 얽히며 벌어지는 스릴러다. 두 배우가 형성하는 긴장감이 작품을 팽팽하게 조인다.

‘대립군’은 임진왜란 당시 왕세자로 책봉된 광해(여진구)가 생계를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의 수장 토우(이정재)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극 중 인물들이 서로 운명 공동체를 이루는 과정이 뭉클함을 자아낸다.

장르는 비교적 다채롭다. 남자배우 둘을 뭉쳐 빚어낼 수 있는 스토리가 끝도 없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다만 전체적으로 신선하다거나 파격적이라는 느낌은 떨어진다. 흔한 얼개 위에 인물과 상황 설정만 이리저리 변주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배우 중심 영화는 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달 ‘프리즌’ 개봉 당시 한석규는 “여배우가 한 명도 없는 촬영은 처음이었다. 여배우들이 화날 일이다. 어떻게 여배우 없는 영화를 기획했느냐”고 감독을 나무라기도 했다.

남자배우 캐스팅이 선호되는 경향은 이제 거의 불문율처럼 굳어졌다. 여배우 영화는 흥행에 불리하다는 편견이 깊게 뿌리내린 탓이다. 실제로 여배우 주연의 작품은 투자 난항을 겪곤 한다. 여배우들은 “시나리오가 없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줄기차게 호소하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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