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 “베토벤 연주할 때마다 새로워 하나의 장편소설 읽는 듯” 기사의 사진
10년 만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에 나선 피아니스트 백건우. 그는 “베토벤은 거인 같은 존재다. 연주할 때마다 새로운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빈체로 제공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71)가 올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에 나선다. 2007년 12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일주일 만에 32곡 전곡을 완주한 이후 10년 만이다. 오는 9월 1∼8일(4일 제외) 7일간 8회에 걸쳐 예술의전당 무대에 선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은 ‘피아노의 신약성서’로 불릴 만큼 서양 음악사에서 손꼽히는 걸작이다. 작곡가의 일생은 물론 서구의 시대정신이 응축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아니스트라면 반드시 도전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백건우는 2005년부터 3년간 영국 데카 레이블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타나 전곡집을 발매한 뒤 전곡 연주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메이저 클래식 레이블에서 한국인이 전곡집을 발매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18일 서울 금호아트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10년 전에 비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에 좀 더 친밀감을 느낀다. 하지만 연주할 때마다 새로운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면서 “베토벤은 거인 같은 존재라 연주자가 완전히 소화했다는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아티스트는 나이가 들수록 섬세해진다. 디테일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소화할 것이 많아서 더 연습해야 한다”고 웃었다.

‘끝없는 여정’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번 연주는 지난 3월 29일 충남 도청문예회관에서 시작됐다. 서울을 제외하고도 10월 14일 수원 SK아트리움까지 21개 지역 문예회관을 도는 일정이다. 지역 문예회관 무대에서는 32곡 가운데 4∼5곡을 뽑아서 연주한다. MBC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됐던 섬마을 콘서트를 비롯해 그는 유독 지역에서 공연을 많이 하는 스타 연주자다.

그는 “10년 전과 비교해 올해 전곡 연주의 큰 차이점은 지방에서 20회 이상 공연한다는 점이다. 당시엔 서울에서만 했는데 이번에 전국 관객들과 베토벤을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공연장의 환경은 다르지만 서울이나 지역이나 음악을 통해 청중들과 대화하는 것은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공연의 경우 1주일 동안 전곡을 연주하는 강행군이다. 청중들이 베토벤을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깊이 받아들이길 바래서다. 그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는 하나의 장편소설을 읽는 것과도 같다. 베토벤이 살았던 시대의 드라마를 같이 경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음악을 통해 베토벤을 인간적으로 만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고희를 넘겼지만 그는 여전히 연주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이미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 되는 2020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5곡) 연주에 도전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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