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스페셜/청춘리포트] 취업하기까지… 그 후에도… 고∼달픈 2030 심신까지 골병든다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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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이었던 김모(28)씨는 요즘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 있다. 일과라면 정형외과 재활치료밖에 없다. 김씨는 2015년 대학을 졸업하고 1년여 동안 보안업체 취업을 위해 도서관과 카페에서 정보보안기사 자격증 취득 공부를 하루 8시간씩 했다. 그랬더니 군대에서 발병한 허리디스크가 지난해 7월부터 심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불안한 마음에 책을 펴놓고 있기는 하지만 앉아 있기 어려워 눕거나 엎드려서 공부한다”고 말했다.

광고기획사에 다니는 김모(31)씨는 별일 아닌데도 화내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고단하기 때문이다. 직원 한 명이 한 기업의 광고를 전담하는 광고업계 특성상 광고 프로젝트 기간에는 퇴근도 제대로 못하고, 주말에 쉬기도 쉽지 않다. 그의 서랍 속에는 사표가 들어 있다. 일을 그만둘까 고민하다 보면 먹고살 일이 막막해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

아프니까 청년이다. 비유적 표현이 아니다. 실제로 대한민국 청년은 몸과 마음이 부서지고 있다. ‘헬(Hell·지옥)조선’ 청년은 더 이상 건강과 활력의 상징이 아니다. 더욱 좁아지는 취업문, 열정을 강요하는 직장, 불안한 미래 탓에 육체적·정신적으로 신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의 열정을 착취하는 산업 구조를 바꾸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조언했다.

청년들의 건강 적신호는 지표로 확인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를 보면 2015년 기준으로 건강검진을 받은 20, 30대 370만3876명 중 34.9%(129만3562명)는 뇌혈관 질환이 의심됐다. 이 비율은 2011년 29.6%에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또 20, 30대 중 고혈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비율은 52.7%, 당뇨병 의심 비율은 43.7%였으며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고혈압·당뇨병 유병률 또한 계속 늘고 있다.

정신건강 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20대 환자는 2013년 1만2545명에서 2014년 1만2638명, 2015년 1만3824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복지부의 2016년도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 결과를 봐도 18∼29세 남성의 우울증 1년 유병률은 2011년 2.4%에서 지난해 3.1%로 증가했다.

팔팔해야 할 청년이 시름시름 앓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취업준비생의 경우엔 취업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다. 일을 그만둔 뒤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는 최모(27)씨는 자신이 밥값을 못한다고 생각해 아침 점심을 걸렀다. 대신 저녁엔 칼로리 높은 음식을 폭식했다. 결국 기능성 소화장애가 발병해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한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2015년 취업준비생 465명을 대상으로 ‘취업 준비를 하며 우울증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라고 물은 결과 응답자 94.5%가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취업한 뒤엔 장시간 노동이 건강을 망친다. 공공기관 전산직으로 일하는 김모(29)씨는 최근 허리통증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근무환경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김씨는 하루 12시간 이상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보며 일한다. 의사는 근무환경을 바꾸지 않으면 퇴행성 디스크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청년들에게 열정만을 강요하는 회사 분위기도 문제다. 지난해 7월 어렵게 자동차 대기업 영업직으로 취직한 유모(29)씨는 쉬는 날 늦은 저녁 선배들이 부르는 술자리에 나가는 일이 잦다. 휴일엔 쉬고 싶지만 유씨는 “어렵게 얻은 일자리에서 모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참는다”고 했다. 2014년 국민 건강영양 조사 결과를 보면 월간 폭음률은 20대가 48.6%로 가장 높았고 스트레스 인지율은 30대가 34.0%로 가장 높았다. 조용술 청년36.5 대표는 “기성 사회가 청년들을 ‘열심히 하면 된다’는 거짓 희망으로 희망고문하고 있다”면서 “청년들은 어렵게 취업한 뒤에도 그 자리에서 버티기 위해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악조건을 혼자 감내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청년 건강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금도 주민센터에 저렴한 체력단련장은 있으나 국가 복지 차원에서 공공체육시설을 더 늘려야 한다”고 했다. 청년층 건강검진 대상자 확대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청년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강 위험 요인이 점점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경고했다.

근본적 해결책으로는 산업 구조를 바꾸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체적인 산업 고용 취업 구조를 바꾸기 전에는 청년들의 건강이 나빠지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고용률은 줄어드는데 경쟁은 심화되는 현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미시적인 대책들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전명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 산업 구조 개편과 제도적인 장치 개선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한데,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근로시간 단축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윤성민 이형민 이상헌 기자 woody@kmib.co.kr

■ 직장에 수영장·헬스장·명상실·심신카페까지 직원 챙기는 회사도 있네!
건강 관리 프로그램 운영… 새로운 변화도


국내 회사 대부분이 근로환경이 열악하지만 일부 회사는 직접 나서서 직원들의 건강관리를 해주고 있다. 주로 신생 회사나 스타트업이 그런 노력에 앞서고 있다. ‘꿈의 직장’ ‘한국판 구글’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제니퍼소프트는 실내수영장과 스파를 갖추고 있다.

시설도 중요하지만 청년 직원이 스스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실제 근무환경도 중요하다. 게임 회사인 아이덴티티게임즈는 수영장, 헬스장과 인공암벽을 갖추고 직원이 언제든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P2P 대출 스타트업 8퍼센트에서는 업무가 한창일 때 대표부터 모든 직원이 한곳에 모여 하체 근력운동 스쿼트를 시작한다. 유명 중고장터 카페를 운영하는 큐딜리온은 아예 건강관리를 제도화했다. 전 직원은 한 주에 한 시간 이상 스트레칭, 근력 강화, 스포츠마사지로 구성된 운동 수업을 받아야 한다.

정신건강 관리에 중점을 두는 회사도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1일 경북 문경시에 힐링센터를 열었다. 임직원들의 건강한 삶과 조직 내 원활한 소통을 지원하기 위해 건립한 심신건강 관리 전용 시설이다. 힐링센터에서는 명상실과 심리카페를 운영하면서 임직원뿐 아니라 임직원 가족을 위한 상담, 코칭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회사의 성장이 직원의 건강 복지에 달려 있다는 문제의식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구글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임직원 건강에 신경쓰고 있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직원들의 충성심을 높이고 즐겁게 일해 성과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회사도 있다. 자동차 부품 기업 센트랄과 LG전자 창원공장은 다이어트 펀드를 운영한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금전적 보상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헬스트레이너를 초청해 정기적으로 젊은 직원들이 운동하도록 유도하고, 다이어트 식단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직원을 위한 건강 식단을 따로 운영하는 롯데백화점과 순천향대서울병원도 눈여겨볼 만하다.

직원들의 건강이 회사의 성장과 직결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 따르면 기업이 직원의 건강 복지에 1달러를 투자했을 때 장기적으로 3.6달러의 이익이 회사에 돌아온다고 발표했다. 다국적기업 존슨앤드존슨(J&J)은 이미 2002년부터 건강 복지에 힘쓴 결과 결근율이 줄고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한다.

글=윤성민 신재희 이택현 기자,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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