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재활복지의 뉴패러다임을 찾아서] 장애인 장점 발굴하여 인재로 키우자

① 한국 재활복지의 현주소

[선진 재활복지의 뉴패러다임을 찾아서] 장애인 장점 발굴하여 인재로 키우자 기사의 사진
서울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의 캠페인에 참여해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위쪽 사진은 시청각 중복장애인임을 알리는 미국의 배지. 이 배지를 달고 있으면 누구든 안내와 도움을 준다. 국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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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등록 장애인만 250만명이 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해 다양한 복지정책을 제시하고 많은 장애인단체들도 장애인 복지와 재활에 힘쓰고 있다. 한국도 이젠 장애인들에 대한 단순 시혜에 머무르는 복지정책을 재검토할 때가 됐다. 이들이 직업을 갖고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이 되도록 돕는 재활복지의 선진화와 장애인 비장애인의 통합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국민일보는 재활복지 특성화대학인 서울 한영대(총장 이억범)와 지난달 21일 MOU를 맺은데 이어 공동기획 ‘선진 재활복지의 뉴패러다임을 찾아서’ 시리즈를 격주로 9회에 걸쳐 연재한다.

뇌병변 장애인 늘어

UN이 제정한 ‘세계장애인의 해’였던 1981년 한국의 장애인 수는 100만여명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7년 현재 한국 등록장애인은 250만 여명에 이른다. 장애인은 15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예전 흔히 볼 수 있었던 소아마비 장애인은 이제 백신 예방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지금의 대표적인 장애는 지적·자폐성 등 발달장애다. 그 수가 24만 여명으로 전 장애인의 9.5%에 달한다. 그러나 0∼30세 사이 장애인구의 54%가 발달장애인이란 점에서 이들에 대한 재활복지의 중요성이 크게 대두된다.

한영대 재활복지학과 공창숙 교수는 “이 통계를 통해 특수교육은 물론 장애인 복지 및 고용의 핵심대상이 발달장애인임을 알 수 있다”며 “거기다 환경과 공해 문제, 교통사고, 산업재해 등으로 뇌성마비, 외상성 뇌손상, 뇌졸중 등 뇌병변 장애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장애인 법제도는 1981년에야 제정됐다. 그 해가 세계장애인의 해였음에도 우리나라는 관련법조차 없어 서둘러 만든 법이 바로 ‘심신장애자 복지법’(현 장애인복지법)이었다.

현재 한국 장애인복지법은 관련법이 18개나 되고 법제도를 잘 갖춘 세계적인 나라로 각광받고 있다. 역사는 짧지만 빠른 시간 내 복지국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생산적 복지로의 전환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및 권리구제법은 세계에서도 가장 강력한 법입니다. 악의적인 차별을 했을 때 3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3년 이하의 징역을 받을 정도입니다.”

공 교수는 “이 외에도 2008년부터 장애인 활동보조인 제도와 중증 장애인 생산품 우선 구매 특별법 등의 시행, 2014년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법제정은 중증 장애인 사회통합의 시금석으로 선진국도 부러워한다”며 “그러나 장애인을 멸시하던 시각은 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장애인을 사회통합의 주인공으로 생각하지 않는 의식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나마 최근 들어서는 정부의 시혜적 복지정책이 생산적 복지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무조건적 배려 보다는 그들의 권리를 훨씬 더 강조하는 복지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시설 중심 복지에서 재가(在家) 중심 복지로, 산업사회 복지에서 지식정보 사회의 복지로 바뀌고 있는 것도 괄목할 만한 변화다.

특히 장애인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장애인 복지를 선도하는 자립생활 운동은 장애 인식 개선과 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해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대한민국 장애인 재활복지의 패러다임은 정부가 정한 15가지 장애 유형에 포함되지 않는 사각지대, 즉 ‘시청각 중복 장애인’에 맞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현재 시청각 중복 장애인은 인구 1만명 당 1명 정도로 추산된다.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 통계는 5000여명으로 추산한 반면, 2017년 한 장애인 단체의 통계는 1만3000 여명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청각중복장애인 5000여명

재활복지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시청각 중복 장애인을 위해 활동하는 ‘헬렌켈러센터’가 미 전역에 10곳이나 된다. 시청각 중복 장애인의 교육과 보육, 고용, 주거 그리고 삶 전체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시청각 중복 장애인의 개념조차 정립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중복 장애인은 장애 중에 가장 중증의 장애로,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여전히 한국의 중복 장애인들은 의사소통의 사각지대는 물론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미국에 시청각 중복장애인인 하빈(Habin)이란 여성이 하버드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중복장애인도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례야말로 새로운 재활복지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 유시영 연구위원은 “미국에서는 ‘I am deaf blind person’(나는 시청각 중복 장애인입니다)라는 표시나 배지를 달고 나가면 언제 어디에서나 그 사람을 안내해주고 도와줘야 한다”며 “재활복지의 핵심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통합복지임을 자연스레 보여준다”고 전했다.

새로운 재활복지 패러다임의 핵심키워드는 결국 장애의 장점을 발굴하고 개발하여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 구체적 실현이 향후 복지국가 대한민국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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