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영석] 선거 기탁금 기사의 사진
우리나라 선거에 기탁금 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58년 4대 국회의원 선거였다. 기탁금은 50만환이었고, 유효투표의 6분의 1(약 17%) 이상이면 돌려주도록 했다. 50만환은 방 3개짜리 단독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 자체 개발 자동차인 ‘시발 자동차’ 가격이 8만환이던 시절이다.

기탁금 제도는 장기집권을 꾀하던 자유당과 조봉암의 진보당 돌풍에 놀란 민주당 간 야합의 산물이었다. 혁신계와 무소속 후보들의 선거 참여를 막자는 취지였다. 선거에서 자유당은 126석, 민주당은 79석을 차지했고, 무소속은 67석에서 26석으로 급감했다. 기탁금 제도는 4·19혁명 뒤 폐지되었다가 박정희 정권이 장기집권을 꾀하던 73년 9대 국회의원 선거 때 부활됐다.

대선에 기탁금 제도가 도입된 것은 87년 13대 대선 때다. 정당 추천 후보는 5000만원, 무소속 후보는 1억원이었다. 92년 14대 대선에선 3억원으로 늘었고, 이후 15∼17대에는 5억원이 적용됐다. 2008년 헌재가 “5억원은 조달하기에 매우 높은 액수”라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한 뒤 3억원으로 내려갔다. 선거별 기탁금은 국회의원 1500만원, 광역의회 300만원, 시·도지사 5000만원, 기초단체장 1000만원, 기초의회 200만원이다. 기탁금 전액을 돌려받는 유효투표의 15%와 절반 반환이 가능한 10% 기준은 2004년 마련됐다.

기탁금 제도는 입후보자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제도다. 그러나 기탁금과 반환 기준이 높아 군소 정당과 정치 신인의 진입을 막는다는 지적이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기탁금 제도를 가진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은 제도 자체가 없고, 영국 국회의원 선거에선 600파운드(약 94만5000원)를 받으며 반환 기준은 5%다. 기탁금 기준을 변경하기 힘들다면 반환 기준이라도 대폭 낮추는 방안을 고민해 보자. 선거가 돈이 없어서 출마를 못하는 ‘쩐의 전쟁’이 되어선 안 된다.

글=김영석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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