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고승욱] 유세트럭 기사의 사진
유세트럭은 꽤 오래 전부터 선거에 등장했다. 1987년 대선에서 김대중 평화민주당 후보는 연단과 확성기를 실은 4.5t 트럭을 활용했다. 방석(防石) 유리를 끼운 최고급 버스로 전국을 누비는 노태우 민정당 후보에 맞서기 위해서였다.

트럭은 약간만 개조하면 탁월한 유세용 차량이 된다. 연단과 방송장치를 싣기 편하다. 싸고 기동성이 좋다. 1995년 실시된 첫 전국동시 지방선거 당시 새로운 선거풍속도를 전하는 신문기사에는 이런 것이 있다. ‘서울의 한 구청장 후보는 유원지나 시장에 사람이 모여 있다는 선거운동원의 삐삐를 받으면 곧바로 연단을 설치한 트럭을 타고 간다.’

유세트럭이 선거전의 총아로 떠오른 것은 2004년 공직선거법이 바뀌면서부터다. 17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돈은 묶고 입과 발은 푼다”며 합동연설회와 정당연설회를 전면 금지시켰다. 그때부터 돈을 주고 동원한 청중으로 합동연설회에서 세를 과시하는 선거운동이 불가능해졌다. 사람을 모을 수 없으니 사람이 모인 곳으로 찾아가야 했다. 아파트와 시장골목을 누비기에는 1t 트럭이 최고였다. 대형 스크린, 성능 좋은 앰프, 정당 고유색으로 치장한 지금의 유세트럭은 그때부터 10여년 동안 선거운동이 진화한 결과다.

5월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은 공개입찰로 유세트럭을 발주했다. 원내 5개 정당이 운영하는 유세트럭만 1000대에 이른다. 1t 트럭을 유세차량으로 개조하는 데 1000만원 가까이 든다고 하니 비용도 적지 않다.

그런데 정작 유권자는 유세트럭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파트 앞에 유세트럭이 등장하면 눈살을 찌푸린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워낙 시끄러워 짜증이 난다. 전달력이 떨어져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도 없다. 항의성 글이 SNS에 차고 넘친다. 게다가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유세트럭 때문에 구설에 올랐다. 과거 합동연설회를 없앴던 것처럼 유세트럭의 존재 이유를 생각할 때가 됐다.

글=고승욱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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