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핵 담판 과정에서 거론됐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는 발언은 두 강대국 지도자의 한반도에 대한 시각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역사 이해부족과 시 주석의 패권주의적 시선이 어느 정도인지 명확히 드러난다. 당혹감과 놀라움에 앞서 우리의 엄혹한 현실을 새삼 직시하게 한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중국인은 한국이 과거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인식이 강하다. 중국은 2002년부터 역사공정이라는 사업을 통해 인접 국가 역사를 모두 중국사에 편입시키려 하고 있다. 동북공정을 앞세워 고구려와 발해도 중국사의 일부로 집어넣었다. 시 주석은 지난해 9월 한·중 정상회담 때 박근혜 당시 대통령 면전에서 ‘물을 마실 때 그 물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한다’는 의미인 ‘음수사원(飮水思源)’을 거론했다. 한반도에 대한 종주국 인식이 투영된 발언이었다. 이런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시 주석이 이번에도 중국 정부의 잘못된 한반도 인식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어줬을 가능성이 크다. 시 주석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감했다면 더 큰 문제다. ‘코리아 패싱’의 극단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중국의 국수주의적 의견을 반영한 듯한 트럼프의 발언도 부주의했다.

“일고의 가치도 없다”던 우리 외교부는 20일 중국과 미국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했다. 이에 “한국 국민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중국 외교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이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시 주석의 직접 해명이 뒤따라야 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이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날 “한국 역사 수업은 한국 전문가들에게 받으라”며 대통령의 경솔한 언급을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깊이 새겨들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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