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당시 우리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파기 시나리오까지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산업통상자원부의 내부문건을 보면 정부는 한·미 FTA 파기부터 일부 내용 수정 등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우회수출 등 배제)를 검토했다. 이 문건은 올 초 산업연구원이 산업부의 용역을 받아 한·미 FTA 변화가 한국의 대미 ‘직접’ 수출입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문건에 따르면 최악의 상황은 한·미 FTA 종료였다. 양국 모두 무역수지가 악화될 것으로 봤다. 특히 한국의 대미 수출은 13억 달러 줄어들지만 미국의 대한국 수출은 15억 달러 감소해 미국의 손해가 더 컸다. 이는 FTA 협정문에 있는 세율을 포기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FTA로 양국은 0%에 가까운 세율을 두고 있지만 이를 파기하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상대국 수입품에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MFN 관세율은 4∼9%로 1.5∼4%인 미국보다 높아 미국의 대한국 수출 감소폭이 더 크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미국이 한·미 FTA는 유지하되 FTA 협정문에 있는 원산지 규정 등을 동원해 한국의 대미 수출을 견제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피해가 클 것으로 봤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원산지 규정에 대비하지 못해 FTA 세율을 포기하고 MFN 관세율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을 견제하는 이상의 효과는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미국이 선택할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연구원은 미국이 재협상이나 개정에 무게를 둘 것으로 봤다. 그중 물품취급수수료(MPF)를 개정 요인의 첫손으로 꼽았다.

MPF는 미국 관세청이 수입물품에 대해 미국 관세법과 무역법을 준수한 것인지를 심사하는 명목으로 징수하는 일종의 행정수수료다. 수입물품에 0.3464%의 요율이나 최소 25달러에서 최고 485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 협정문 ‘행정수수료 및 형식’ 조항에 “어떠한 당사국도 원산지 상품에 대하여 물품취급수수료를 채택하거나 유지할 수 없다”고 명기해 한국 물품에 대해선 MPF를 면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가능성이 높은 것은 MPF 부활이다. 미국은 세수 확보는 물론 한국 제품의 가격을 올려 자국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의도하는 효과를 얼마나 낼지는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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