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면 다 1인 가구? 맞벌이 기러기는 ○ 알바 하숙생은 X 기사의 사진
A씨(24·여)는 서울 시내 K대학교 주변 하숙집에서 지내고 있다. 여학생 4명이 지내는 여성 전용 작은 하숙집이다. 올 초 졸업했지만 ‘취업을 준비 중’이라 학교 주변을 떠나지 못해서다. 이곳저곳 입사 면접을 대기 중이라 부모님이 계신 목포에 내려가 있을 수도 없다. 부모님은 딸의 서울 생활비를 보태기 힘든 형편이다. 월 40만원에 조금 못 미치는 하숙비와 기본 생계비는 A씨가 아르바이트로 충당하고 있다.

B씨(40)는 전남 나주의 한 공기업을 다니는 ‘기러기 아빠’다. 지난해 본사 발령으로 나주로 이사 가게 됐지만, 서울에 직장이 있는 아내와 당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은 함께 이사 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서울 출장이 잦아 주말을 포함해 거의 매주 1∼2일은 서울 집에 온다. 아직은 딱히 ‘홀아비 생활’이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속도로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10년 내에 1인 가구가 가장 흔한 가구 유형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아직 1인 가구의 특성을 파악할 만한 공신력 있는 통계는 없다. 현재 통계는 ‘혼자 사느냐, 누군가와 같이 사느냐’에만 기준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당장 위에 등장한 A씨와 B씨는 1인 가구일까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맞벌이를 하는 B씨는 1인 가구지만, 홀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충당하는 A씨는 1인 가구가 아니다. 통계청의 가구 기준상 하숙집 생활을 하는 A씨는 ‘가족과 5인 이하 남남이 함께 사는 가구’에 해당해 통계 결과에는 ‘하숙집 주인 부부 포함 6인 가구’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경제적으로 더 취약한 1인 경제가구는 통계에서 배제되고, 사실상 공동경제를 갖고 있거나 의존할 가족이 있는 이들은 1인 가구에 포함된다. 이 통계만으로 1인 가구의 경제·사회적 지위를 판단할 경우 일종의 착시효과나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20일 “현재 통계로는 솔직히 ‘1인 가구가 늘고 있다’는 것 외에 알 수 있는 게 없다”면서 “부모와 따로 살지만 부모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는 미혼 청년이나 가계동향 조사에서는 빠지는 농·어가의 고령인 등은 어떻게 반영할지와 같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2013년 46.9%에서 2014년 47.6%로 늘어나다 2015년 45.3%로 낮아졌다. 하지만 1인 가구 빈곤 문제에 대한 사회적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더욱이 주거, 일자리, 세제 등 각종 정부 정책이 1인 가구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1인 가구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통계 수요는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1인 가구의 경제적 독립 여부, 생활수준, 가족관계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1인 가구 심층 표본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정부정책 수립 과정에서 요구가 모이면 새롭게 구성될 텐데 아직은 요구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글=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일러스트=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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