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숑-르펜 맞대결?… 최악 시나리오에 유럽 ‘긴장’ 기사의 사진
프랑스 남동부 그레노블에서 18일(현지시간) 열린 좌파당의 유세 현장에 이 당 대선 후보인 장뤼크 멜랑숑이 홀로그램 이미지로 비춰져 있다. 중동부 디종에서 연단에 오른 멜랑숑은 홀로그램을 활용해 7개 도시에서 동시 유세를 펼쳤다. 오른쪽은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가 19일 마르세유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두 팔을 벌려 인사하는 모습. AP뉴시스
23일(현지시간)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극우와 극좌, 두 포퓰리스트가 결선에 진출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시장과 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19일 현지 여론조사업체 BVA의 지지율 조사 결과 중도신당 앙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40) 전 경제장관이 24%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마린 르펜(49) 국민전선 대표(23%)와의 지지율 격차가 1% 포인트에 불과했다. 공동 3위인 장뤼크 멜랑숑(66) 좌파당 대표와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63) 전 총리도 지지율 19%로 선두권을 바짝 추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층과 극우·극좌 진영의 적극적인 투표 성향을 감안할 때 르펜 대표와 멜랑숑 대표가 결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는 극우 성향의 르펜 대표와 극좌 성향의 멜랑숑 대표의 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럽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반된 성향의 두 후보는 한목소리로 반(反)세계화를 외치고 있다. 멜랑숑 대표는 유럽연합(EU) 내 프랑스의 독립성 강화를 주장하고, 르펜 대표는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를 공약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시티그룹은 두 후보 중 한 명이 집권할 경우 프랑스와 유럽 증시가 6월 말까지 5∼10%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티그룹은 “투자자들이 다음 달 7일 결선투표에서 르펜 대표와 멜랑숑 대표가 맞붙는 ‘악몽의 시나리오’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HSBC은행은 두 후보가 결선에 오를 경우 유로화 가치가 현재 유로당 1.07달러에서 0.90달러까지 폭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프랑스 기업인 200여명은 르몽드에 기고문을 내고 극단주의자에게 투표하지 말자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고문에서 “극단주의자들은 거짓을 약속하고 불가능한 선물을 팔고 있다”고 호소했다. 베르나드 스피츠 프랑스 보험연합회장은 “극단주의자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유력 주자들은 막판 세 결집에 돌입했다. 멜랑숑은 전날 홀로그램을 활용해 디종, 몽펠리에, 낭트 등 7개 도시에서 동시 유세를 펼쳐 유튜브와 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르펜 대표는 반대시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르세유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반EU·반이민을 강조했다. 피용 전 총리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지지 선언에 힘입어 막판 보수층 결집에 나섰다. 마크롱 전 장관은 안보를 강조하는 한편 무슬림 표심 공략에 주력했다. 그는 프랑스 무슬림평의회 대표 아누아르 크비베쉬를 면담한 자리에서 “프랑스 종교와 문화의 다원주의를 대변하겠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지성으로 꼽히는 독일 사회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88)는 르몽드·디차이트 공동인터뷰에서 “기성 정치세력의 좌우 대립이 르펜과 같은 극우를 불러 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마크롱 전 장관이 승리할 경우 극우의 거품을 없애는 동시에 좌우로 경직된 기존의 정치지형을 깨부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