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  “북한은 적이자 동반자”… 소모적 주적 논쟁 언제까지 기사의 사진
대선 후보 간 북한 주적(主敵)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19일 TV토론에서 주적 논쟁을 벌였고, 20일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국방백서에 북한은 주적이라고 명시돼 있다”며 “문 후보에 동의 못한다. 남북 대치 국면에서 북한은 주적”이라고 각을 세웠다. 유 후보도 유세 중 기자들과 만나 “문 후보가 제대로 답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주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 말했다.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주적이라는 말을 하면 안 된다는 사람에게 국군 통수권을 주는 게 맞느냐”고 했다.

문 후보는 논란이 확산되자 “남북관계 개선 이후엔 그런(주적) 규정이 없다”며 “다만 엄중한 남북관계와 실질적인 북핵 위협이 있어서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고 ‘적’이라고 국방백서에서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팩트를 따져보면 국방부 국방백서에는 ‘주적’이라는 표현이 없다. 국방백서는 2년마다 발간되는데, 최신판인 지난해 발간된 ‘2016년 국방백서’에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명시돼 있다.

주적 표현은 ‘1995년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상정하면서…’라는 문구로 처음 등장했다가 노무현정부 이후 사라졌다. ‘2004년 국방백서’에는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대량살상무기, 군사력의 전방배치 등 직접적 군사위협’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직접적 군사위협’이란 표현은 ‘2006년 국방백서’에서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으로 바뀌었다. ‘2008년 국방백서’에는 ‘북한의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으로,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 국방백서’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명시됐다. 이 표현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정부도 북한에 대한 복합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주적인가’라는 질문에 “북한은 적이자 동반자”라고 답했다. 북한은 통일 대상이면서도 핵 등 군사적인 위협의 주체라는 이중성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책임이 있는 동시에 헌법 66조에 따라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북한 주적론은 20년이 넘은 논쟁인 만큼 이분법적 색깔론 토론이 아닌 깊이 있는 대북·안보 정책 토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안보적으로는 주적이 맞지만 정치적으론 대화 파트너”라며 “이분법적 잣대를 갖고 적이냐 동지냐를 따지면 평화통일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은 한편으로는 ‘적’이면서 다른 한편으론 우리가 통합해야 할 같은 민족”이라며 “어느 하나만을 대선 후보에게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다만 김준석 동국대 정외과 교수는 “문 후보의 애매한 답변은 적절치 않았다”며 “부인이든 반박이든 대선 후보로서 명확한 입장을 제시해야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글=김경택 조효석기자 ptyx@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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