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노트] 왼손 기사의 사진
오귀스트 로댕의 ‘Two Hands’
왼손 쓰는 연습을 하고 있다. 물론 쉽지 않다. 익숙하지 않은 왼손으로 양치질하면 매번 치약이 옷에 묻는다. 식사할 때는 감히 연습할 엄두도 못 낸다. 포크로 과일을 찍어 먹을 때 해 봤는데 “야! 그만두고 하던 일이나 해”라고 왼손에게 소리를 지를 뻔했다. 왼손으로 뭔가를 할 때마다 “그것밖에 안 되냐”라는 질책이 따라붙었다.

숟가락으로 밥을 뜨고, 문을 열고,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고, 화장실에서 휴지를 쓸 때처럼 오른손은 무척 많은 일을 해 왔다. 이런 일들은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오른손이 알아서 척척 해낸다. 그래서 그 나름대로 인정받아 왔다.

손을 다쳤다고 하면 사람들은 묻는다. “어느 손이에요?”라고. “왼손이요”라면 “다행이네요”라고 한다. 왼손이 들으면 얼마나 서러울까. 그동안 오른손만 아껴주고, 자기는 제대로 돌봐주지 않아 그런 것인데. 왼손이 놀고먹는 것도 아니고 역할이 서로 다를 뿐인데.

나처럼 타이핑 많이 하는 사람들은 체감하겠지만 왼손이나, 오른손이나 하는 일의 양은 비슷하다. 한 손으로만 핸들 잡고 운전하면 위험하다. 사과 깎을 때 두 손이 조화를 이뤄야 예쁘게 깎인다. 걸을 때 오른손만 흔들고 걸으면 보기에도 웃기지만 균형이 안 잡힌다. 오른손과 왼손은 서로 협동하지 다투는 법은 없다.

왼손을 쓰면서 운동 능력과 뇌 기능이 증진되기를 기대했지만, 며칠 만에 그렇게 될 리는 없었다. 그런데 원래 의도와는 다른 깨달음을 얻게 됐다. 내 오른손은 마흔다섯 살이다. 왼손은 일곱 살쯤 될 것 같다. 새로운 일을 맡겨보니 딱 그 나이다. 왼손이 처음 해보는 일이니 실수할 수밖에 없는데, 나는 그걸 참지 못했다. 큰 실수가 아니니 웃고 넘기면 되는데, 짜증내고 야단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일상생활에서 왼손 쓰는 연습을 해보니 ‘나는 초심자들에게 관대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하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 지금까지 학생이나 이제 막 사회인이 된 청년들에게 야단치기보다 격려를 아끼지 않아 왔다고 여겼는데, 나의 진심은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나이 먹어도 꼰대는 되지 않을 거야”라고 아무리 외쳐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변할 수도 있으니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김병수 (정신과 전문의)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