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구마다 아키히데] 수사·기소 분리론에 반대한다 기사의 사진
최근 한국에서 ‘수사는 경찰이 담당하고, 기소와 공판만 검찰이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른바 수사·기소 분리론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에서도 1950, 60년대 형법학자들을 중심으로 같은 내용의 논의가 있었다. 검사는 수사 활동을 하지 않고 공판 활동만을 수행해야 한다는 ‘검사 공판 전담론’이다. 이 주장은 오늘날 일본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9세기 일본 형사소송법에서는 검사의 관련자 조사와 조서 작성에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었고, 검사는 경찰의 수사 내용을 건네받아 기소하는 역할만 담당했다. 그러나 그 결과 기소율, 예심면소율, 무죄율이 모두 높았다(1896년 기소율 80%, 예심면소율 44%, 무죄율 7%). 죄가 없음에도 기소되거나 죄를 지었음에도 증거 부족 이유로 풀려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검사가 피의자와 참고인을 직접 조사하는 등 치밀한 수사와 엄격한 법적 판단에 기초해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일본 검찰의 실무 경향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런 경향을 ‘정밀사법’이라 부르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기소율, 예심면소율, 무죄율이 모두 현저히 감소했다(1921년 기소율 31%, 예심면소율 5%, 무죄율 1.6%). 최근에는 무죄율이 0.01% 전후에 불과할 정도로 정확한 진상규명이 이뤄지고 있다. 일본은 정밀사법을 통한 정확한 진상규명을 중시한 결과 검사에 의한 수사의 중요성은 계속 증대하고 있다. 따라서 ‘검사 공판 전담론’은 낡은 시대의 논의에 불과하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검사에게 적극적인 수사와 증거 수집을 통해 사건 전모를 밝히고 엄중하게 처벌해 ‘거악 앞에 잠들지 않는 모습’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 검사는 ‘관련자에 대한 조사’를 주된 업무로 삼는다.

일본 검사들은 상시 10건 정도의 구속 사건과 다수의 불구속 사건을 담당하면서 연일 피의자, 피해자, 참고인, 경찰관 등을 조사해 진상을 규명하고 상사의 결재를 거쳐 적정한 처분을 내린다. 범죄 성립 여부나 정상관계에 대한 심증을 굳히고 정확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다.

몇 년 전, 나는 주한 일본대사관에서 법무협력관으로 3년간 근무한 적이 있다. 당시 한국에서는 검사가 피의자를 직접 불러 조사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고, 참고인을 소환해 조사하는 것에 대해서도 상당한 저항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물론 피의자라고 하더라도 과도한 부담을 줘서는 안 되고, 사건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참고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도 없이 수사 서류를 보는 것만으로 어떻게 검사가 범죄의 실상을 떠올릴 수 있다는 말인가.

법률가인 검사가 직접 피의자들을 조사하고, 오감을 최대한 사용해 수사를 행하는 것이야말로 인권 옹호와 진상규명, 적정한 형벌 실현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을 달성하는 올바른 길이다. 검사의 조사 없이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사건은 없고, 검사에 의한 치밀한 수사 없이는 공판 과정에서 정확하고 명쾌하게 유죄를 입증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검사로서의 오랜 경험에 기초한 나의 지론이다.

구마다 아키히데 도인(桐蔭) 법과대학원 교수

※외부 기고는 국민일보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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